교체 출전 ‘해트트릭 폭발’ 손흥민, 9G만에 뚫린 혈…“삶이 레몬을 주면 해트트릭”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왕의 귀환’이다. 손흥민(30·토트넘)이 해트트릭 쇼로 화려한 컴백을 알렸다.
손흥민은 18일(한국시간)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스터시티와의 2022~202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8라운드 홈경기에서 팀이 3-2로 앞선 후반 14분 히샬리송과 교체 투입돼 3골을 몰아치며 6-2 대승을 이끌었다.
강렬했다. 이번 시즌 개막 후 EPL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공식전 8경기에서 골 맛을 보지 못한 손흥민은 3골을 폭발시켜 토트넘의 리그 무패행진(5승2무)을 이끌었다. EPL 해트트릭은 2020년 9월 사우샘프턴전(4골)과 올해 4월 애스턴빌라전(3골)에 이어 3번째다.
맨오브더매치(MOM)에 선정된 이날 손흥민은 벤치 출발했다. 지난해 4월 뉴캐슬전 이후 1년 5개월 만인데, 조짐은 있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최근 “빅 클럽은 로테이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정 선수가 언급되진 않았으나 현지에선 손흥민을 대상으로 지목했다.

후반 14분 손흥민이 피치를 밟았다. 공격 빈도를 높여 확실히 승리를 굳히겠다는 의도였다. 콘테 감독의 결단이 옳았다. 시간은 짧았지만 진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후반 28분 수비 2명을 앞에 두고 문전 외곽에서 오른발 감아차기로 시즌 첫 골을 신고한 손흥민은 후반 39분 같은 지점에서 왼발 감아차기로 2호골을, 2분 뒤 문전 돌파 후 오른발 슛으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교체 출전한 선수가 해트트릭을 뽑은 것은 EPL 통산 7번째다. 토트넘 소속으로는 최초다.
레스터시티와 14차례 대결서 7골·5도움으로 유독 강한 면모를 뽐낸 손흥민은 다양한 세리머니로도 눈길을 끌었다. 첫 골 후에는 무표정으로, 2번째 골이 나온 뒤에는 손가락을 입에 대며 그간의 비난에 대응했다. 환한 미소는 해트트릭이 완성된 직후에야 나왔다.
손흥민은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경기 후 “힘들었다. 좌절도 했다. 개인적으론 실망스러웠다. 운이 따르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왔고, 그러면서 더욱 강해졌다”고 털어놓았다.
소셜미디어(SNS) 계정에는 ‘삶이 네게 레몬을 주면, 해트트릭을 하라(When life gives you lemons, score a hat-trick)‘고 적었다. ’삶이 레몬을 준다면 레모네이드로 만들라‘(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는 서양 격언을 인용한 것으로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라는 의미다.

영국 언론들과 전문가, 동료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BBC스포츠는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표현을 썼고, 잉글랜드 레전드 팀 셔우드는 EPL 공식 홈페이지에 “손흥민은 세상 모든 감독들의 꿈”이라고 칭찬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