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의 여왕’이라는 타이틀로는 부족하다. 배우 라미란이 한국영화계 최고의 ‘희극지왕’으로 우뚝 설 기세다. 원톱 코미디부터 팀플레이까지 완벽히 소화한, 전편 보다 나은 속편 ‘정직한 후보2’(감독 장유정, 제작 수필름 홍필름)를 통해서다.

영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극장을 향하는 관객의 발길이 뚝 끊겼던 2020년 2월 개봉해 누적관객수 153만 명(손익분기점 150만, 제작비 70억 원)을 모아 의미 있는 성과를 낸 ‘정직한 후보’의 속편이다.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진실의 주둥이’를 갖게 된 뒤 정계에서 밀려났던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우연히 잡은 기회로 인해 강원도지사에 당선돼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1편보다 더 깔끔하고 생생한 코미디로 106분의 러닝타임 동안 관객을 웃게 만드는 영화가 올해 극장가의 키워드인 ‘속편 열풍’을 이어갈 전망이다.


○하나의 장르가 된 ‘라미란 표 코미디’

1편으로 청룡영화상에서 코미디 영화 주인공으로는 처음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을 만큼 독보적인 코믹 연기를 보여줬던 라미란은 이번 영화에서도 ‘코미디 퀸’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연기를 선보인다. 정계 복귀 후 국민만을 위하겠다던 주상숙이 강원도지사가 된 후 초심을 잃고 위기에 봉착하게 되는 모습을 맛깔나고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라미란이 아닌 ‘주상숙’은 이제 더 이상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대통령과 마주 앉아 대화하는 장면에서의 연기는 ‘신들린 코미디’라 말해도 무방할 정도다. 코믹 댄스부터 표정, 말투, 대사까지 코미디를 위한 모든 것의 총집합 같은 연기를 과하거나 지나치게 절묘한 선을 지키며 연기한다.


○원톱에서 버디물로, 이유 있는 확장

압도적인 코미디 연기를 펼치는 라미란 뿐만이 아닌 모든 캐릭터가 돋보인다는 게 1편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1편이 라미란이 ‘하드캐리’하며 전체를 이끄는 원톱 코미디물이었다면 2편은 라미란과 그의 비서 김무열이 함께 이끄는 버디물이라 할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진실의 주둥이’를 가지게 된 라미란의 벌려놓은 상황을 수습하며 그녀의 코미디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보조적인 역할만 했던 김무열이 라미란과 함께 ‘진실의 주둥이’를 가지게 돼 코미디에 전면으로 나서기 때문이다. 김무열이 혀를 다친 뒤 보여주는 장면은 이번 영화의 웃긴 장면 중 하나다.

주상숙의 남편 윤경호와 시누이 박진주까지 합세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똘똘 뭉치는 장면 역시 인상적이다. 여러 명의 개성 있는 캐릭터를 내세운 멀티캐스팅 케이퍼 무비의 매력까지 느끼게 한다.


○코미디 한 우물, 통쾌하게 달리는 직선 주로

1편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후반 신파를 깔끔하게 삭제, 순도 100%의 코미디에 집중했다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영화는 시작부터 엔딩까지 경쾌한 리듬감과 속도를 잃지 않고 직선 주로로 달려간다. 빌런인 젊은 건설사 CEO 윤두준으로 인해 시련에 빠지거나 위기에 봉착하는 장면조차도 의도적으로 관객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고구마 구간’ 없이 깔끔히 그려냈다. 웃음을 위해 캐릭터를 덜 떨어지게 그리는 등 많은 코미디 영화가 저지르는 실수 또한 범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전시 행정을 위한 혈세 낭비, 고층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부동산 투기 등의 문제도 적정한 선에서 재치 있게 꼬집으며 정치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코미디 영화의 미덕도 잃지 않는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