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민혁이 차기 4번타자로 평가받는 이유를 증명했다. 25일 잠실 한화전에 6번타자로 출전해 득점 기회마다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날은 구단 최고 타자로 불리는 김동주가 KBO 40주년 기념 레전드로 선정돼 잠실구장을 찾은 날이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두산 김민혁이 차기 4번타자로 평가받는 이유를 증명했다. 25일 잠실 한화전에 6번타자로 출전해 득점 기회마다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날은 구단 최고 타자로 불리는 김동주가 KBO 40주년 기념 레전드로 선정돼 잠실구장을 찾은 날이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두산 베어스 내야수 김민혁(26)이 잊을 수 없는 하루를 보냈다.

김민혁은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에 6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전해 3타수 2안타 2타점의 맹활약으로 팀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김민혁은 2015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6순위로 두산에 지명돼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키 188㎝-몸무게 100㎏의 건장한 체격에서 나오는 파워가 장점인 타자로, 신인 시절부터 팀 내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2017년 1군 무대에 데뷔한 그는 두산의 연이은 호성적 속에 좀처럼 주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2020년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인 2021시즌부터 다시 1군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올해도 백업 내야수로 팀 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9월부터 타격 상승세를 그리기 시작한 김민혁은 시즌 막판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큰 믿음을 받고 있다. 김 감독은 25일 경기에 앞서 “그 정도 장타력을 가진 선수는 나오기 쉽지 않다. 두산의 미래 4번타자를 맡아줘야 할 선수”라고 말했다.

김민혁은 김 감독의 믿음에 즉각 응답했다. 2회말 첫 타석에선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4회말 자신에게 찾아온 타점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1-0으로 앞선 1사 1·2루 찬스에서 한화 선발투수 한승주를 상대로 1타점 중전적시타를 날렸다.

천금같은 타점은 6회말 타석에서도 나왔다. 김민혁은 2-2로 팽팽히 맞선 무사 2·3루 찬스에서 이번에는 한화 윤호솔을 상대로 1타점 우전적시타를 뽑았다. 이 안타로 다시 리드를 잡은 두산은 계속찬 기회를 살려 5-2까지 도망갔다.

‘두목곰’ 김동주가 유니폼을 벗은 지 9년 만에 잠실구장을 찾았다. KBO리그 40주년 기념 레전드 40인에 선정된 그는 많은 두산 팬의 환호를 받았다. 25일 한화전이 열린 잠실구장에서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는 김동주.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두목곰’ 김동주가 유니폼을 벗은 지 9년 만에 잠실구장을 찾았다. KBO리그 40주년 기념 레전드 40인에 선정된 그는 많은 두산 팬의 환호를 받았다. 25일 한화전이 열린 잠실구장에서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는 김동주.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두산은 선발투수 곽빈이 6.2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가운데 신인왕 유력 후보인 정철원이 1.1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준 덕에 한화의 기세를 꺾을 수 있었다. 홍건희가 9회초 1실점했지만 2점차 승리에는 변동이 없었다. 6회말 김민혁의 적시타도 결승타로 기록됐다.

김민혁에게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날이었다. 올 시즌 그가 달고 있는 등번호는 18번. 오랜 시간 두산의 4번타자로 ‘두목곰’ 역할을 도맡았던 김동주(46)의 배번이다. 전설의 ‘우·동·수(타이론 우즈·김동주·심정수)’ 클린업 트리오의 중심이었던 김동주는 때마침 이날 잠실구장을 찾아 KBO 레전드 40인 트로피를 받았다. 대선배가 지켜보는 앞에서 그의 등번호를 달고 만들어낸 결승타였다. 두산의 과거 4번타자와 미래 4번타자가 잠실구장에서 조우한 날이었다.

잠실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