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잠 못 든 이들…고치고 채워 대처한 변수, SSG ‘관리야구’가 맺은 결실

입력 2022-10-04 21: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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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새벽 1시였나. 치료 마치고 보니 한두 시쯤 된 것 같더라고요.”

지난해 SSG 랜더스에는 큰 변수가 잇달아 발생했다. 개막한 지 2개월이 채 되지 않아 문승원, 박종훈이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수술로 이탈한 것이다. 김원형 SSG 감독은 매우 당황스러웠다. 주축 선발투수가 한꺼번에 2명이나 빠졌으니 고민이 컸다. 자연스레 대체 선발 투입이 늘었다. 지난해 SSG에서 선발등판을 경험한 투수는 무려 17명이었다. 불펜 운영에도 어려움이 따랐다. 김 감독은 “지난해에는 ‘(대체 선발이) 3~4이닝만 던져주면 좋겠다’고 바란 날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지난해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았다. 김 감독은 올 시즌에 앞서 “부상이나 부진은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문)승원이, (박)종훈이가 다치는 건 계획에 없었다”며 “올 시즌은 그런 변수들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장과 프런트 모두 부상예방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웠다.

현장에선 선수들의 체력저하를 막기 위해 선수별 컨디션에 따라 등판 간격, 선발출장 빈도를 철저히 조절했다. 컨디셔닝파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선수단 치료에 힘썼다. 박창민 SSG 수석 컨디셔닝코치는 “지난해처럼 부상이 연달아 생긴 것은 처음이었다”며 “모든 부상을 막지 못해도 발생 확률을 줄이려고 했다. 투수들은 전보다 많이 전담하며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야수들은 치료나 보강이 필요한지 매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프런트는 컨디셔닝코치, 영양사와 의논해 6월부터 3개월간 선수단에 특별 영양식을 제공했다. 체력저하가 큰 혹서기에 스태미너, 수분 보충, 회복 식단으로 구성해 경기력 유지를 도왔다. 올 시즌 체중관리로 구위향상 등의 효과를 본 투수 오원석은 이 기간 등판한 13경기 중 6경기를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로 장식해 다른 선발투수들의 부진을 상쇄했다. 선발과 구원을 오가는 불규칙한 일정마저 버텨낸 것이다.

‘변수 최소화’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SSG는 결국 역대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결실을 봤다. 4일 2위 LG 트윈스(84승2무53패)가 KIA 타이거즈에 3-8로 패하면서 3경기를 남겨둔 SSG(88승4무49패)의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됐다. 전신 SK 와이번스가 통합우승을 차지한 2010년 이후 12년만이다.

올 시즌에도 SSG는 이런저런 풍파를 겪었다. 전반기에는 외국인선수 이반 노바와 케빈 크론의 부진으로 이를 메울 선수가 필요했고, 시즌 내내 불펜에서 난세의 영웅이 나타나야 했다. 마무리투수는 김택형으로 시작했으나 2번을 교체했다. 그럼에도 김광현, 최정, 최지훈, 박성한과 같은 주축선수들은 쉽게 지치고 않았다. 전의산, 최경모, 오태곤 등이 깊이 채워준 선수층은 변수 대처를 좀더 수월하게 해줬다. 불펜에선 고효준, 조요한, 서동민, 서진용 등이 차례로 팀을 구했다. 그 뒤에 숨은 현장 지도자들과 프런트의 ‘관리야구’가 그 원동력이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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