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에 땅 굳는다’…부상 딛고 일어선 류나희(안산시청)의 다짐

입력 2022-10-09 14: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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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청 류나희는 1년에 걸친 부상을 딛고 올 시즌 개인기록(13초58) 경신과 함께 100m 허들 4관왕을 석권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릴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여자 일반부에서도 개인기록 경신과 우승을 노린다. 궁극적인 목표는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출전이다. 6월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여자 100m 허들에서 역주하는 모습. 사진제공 I 한국실업육상연맹

갑자기 찾아온 첫 장기 부상으로 한 해 동안 안식년을 치렀다. 그러나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는 말처럼 부상 이후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더욱 단단해졌다.


안산시청 류나희(28)는 올 시즌 여자 100m허들에서 개인기록(13초58)을 경신하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4월 부상 후 1년 동안 안식년을 보낸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적이다. 올해 4월 1년 만에 출전한 전국실업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14초15를 기록했지만, 이후 꾸준히 13초대를 마크하며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


이 같은 호성적에 힘입어 올 시즌 벌써 4관왕에 올랐다. 5월 전국실업육상경기대회와 KTFL전국실업육상경기시리즈대회, 6월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7월 고성통일대회에 이어 1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릴 전국체전에서도 한국 정상을 노린다.


최근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류나희는 “지난해 4월 몸 상태가 빨리 올라오지 않아 무리하게 운동하다 왼쪽 대퇴부 근육이 2㎝ 파열됐었다”며 “전치 5주 부상 소견을 받고 6월부터 재활에 돌입했었다. 당시 전국체전에 초점을 맞춰 복귀를 준비했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고등부만 열리면서 자연스레 안식년을 보냈었다”고 지난해를 떠올렸다.


광명 서면초 시절 1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가장 빨라 육상을 시작했었다. 철산중 진학 후 허들 종목을 시작했고, 경기체고와 강원대를 거치면서 태극마크까지 달며 승승장구해왔다. 약 20년간의 선수생활 중 처음으로 겪은 장기부상이라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묵묵히 동계훈련에 임한 덕분에 올 시즌 더 단단해졌다.


‘육상 단거리계의 대모’ 이영숙 안산시청 감독(57)과 동행하고 있는 점도 호재다. 여자 100m 한국기록(11초49) 보유자인 이 감독은 류나희의 경기·훈련 영상을 촬영해 일본인 코치들에게 자문을 구하며 기량향상을 돕고 있다.

안산시청 류나희(왼쪽 2번째)는 1년에 걸친 부상을 딛고 올 시즌 개인기록(13초58) 경신과 함께 여자 100m 허들 4관왕을 석권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릴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여자 일반부에서도 개인기록 경신과 우승을 노린다. 궁극적인 목표는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출전이다. 5월 2022 KTFL전국실업육상경기시리즈대회 여자 100m 허들 우승 후 시상식에서 환호하는 모습. 사진제공 I 한국실업육상연맹


큰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경쟁만큼이나 몸 관리에도 철저히 신경을 쓰고 있다. 종목을 향한 애정도 남다르다.


그는 “400m 허들이 대학 입시 때 유리하다고 해서 잠시 외도를 했었지만 마냥 힘들다는 생각이 강했었다. 반면 100m 허들은 시작점에 섰을 때부터 설렘이 느껴져 더 열심히 했었다”며 “종목 특성상 리듬과 가속 싸움이지만 변수가 심하고 결국 스피드가 있어야 한다. 100m 훈련은 물론, 점프 보강과 미는 훈련도 하고 있다. 허들을 뛰어넘는다는 생각 대신 지나간다는 느낌으로 실전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젠 쟁쟁한 선배들을 넘어서야 한다. ‘국내 최강자’ 조은주(33·포항시청)와 정혜림(34·광주광역시청)을 뛰어넘는 게 지상과제다. 조은주가 올 시즌 개인기록(13초51)을 경신하며 건재하고, 정혜림도 지난달 실업단대회를 시작으로 부상을 딛고 다시 일어서고 있다.


선배들과의 경쟁에 대해 류나희는 “언니들과 경쟁이 내게 동기부여가 됐다. 경쟁이 없었더라면 이 정도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경쟁자들에 비해 초반 스타트가 좋다는 게 내 장점이다. 후반부에 추월당하지 않는 게 과제다. 전국체전에서 개인기록 경신과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출전이 목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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