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한낮 ‘동해안 더비’…포항은 라이벌의 홈 우승 세리머니가 싫었다 [현장리포트]

입력 2022-10-11 17: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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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2‘ 포항스틸러스와 울산현대 경기에서 울산 엄원상이 포항의 수비를 뚫고 공격하고 있다. 포항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평일 한낮의 K리그1(1부) 라이벌전은 낯설었다. 더구나 대체공휴일이 붙은 사흘의 연휴가 끝난 이튿날이었다. 오랜 라이벌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36라운드는 11일 오후 3시 포항스틸야드에서 킥오프됐다.


그럼에도 40여명의 취재진이 현장을 찾았다. 1996, 2005년 이후 통산 3번째 리그 정상을 목전에 둔 울산의 우승 세리머니가 임박해서였다. 하지만 적어도 이곳에선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1-1 무승부와 함께 적진 한복판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려던 울산의 꿈은 무산됐다. 안방에서 라이벌의 우승 세리머니를 두고 볼 수 없었던 포항은 전반 39분 울산 바코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 34분 이호재의 헤더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다.


울산 선수단은 사전에 준비한 우승 플래카드와 티셔츠, 샴페인 등을 다시 챙겨 스틸야드를 빠져나갔으나 포항에는 귀중한 승점 1이었다. 9월 포항 지역은 11호 태풍 ‘힌남노’의 직격탄을 맞았다. 모기업 포스코의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로 피해가 막대했다. 스틸야드도 그랬다. 경기장 기계실, 정비실 등이 침수됐다. 배수 상태가 좋은 피치가 멀쩡한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러나 포항은 홈경기 개최 의지가 컸다. 지난달 14일 수원 삼성과 정규리그 홈 개최권은 양도했으나, 파이널라운드는 낮 경기를 전제로 홈경기 운영이 가능해졌다. 조명탑과 전광판만 가동이 어려웠다. 리그 최대 라이벌전이 평일 낮에 치러진 이유다. 이미 8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을 안방에서 소화한 포항은 23일 강원FC와 시즌 최종전(38라운드)도 홈에서 연다.


올 시즌 4번째 ‘동해안 더비’가 열린 이날 스틸야드에는 굉음이 가득했다. 장내 사무실과 기자실, 비디오판독(VAR) 시설을 위해 임시 설치된 발전기가 내뿜는 소음이었다. 선수단, 심판 대기실에 온수가 나오지 않는 상황은 인근 사우나 예약으로 해결했다.

11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2‘ 포항스틸러스와 울산현대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한 후 울산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포항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모든 노력에도 완벽하진 않았다. 축구열기로 정평이 난 포항은 홈 라이벌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었다. 경기장 스탠드에는 빈 자리가 훨씬 많았다. 홈·원정 팬의 규모가 엇비슷했다. 통산 3번째 우승을 가등기한 울산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1200여 명의 원정 팬이 현장을 찾았다.


울산에 포항은 얄미운 상대다. 고비마다 포항에 덜미를 잡혀 우승 트로피를 놓친 기억이 여러 차례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평일 낮 경기로 부담이 줄었다”고 했다. 그래도 포항은 최선을 다했다. 2005년 이후 17년만의 리그 정상을 꿈꾼 울산의 우승 세리머니를 홈에서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지가 분명했다. “누가 이겨도 스토리가 되겠으나 우리의 안방”이라며 총력전을 선언했고, 소기의 결실(1-1 무)을 얻은 김기동 포항 감독은 “울산의 우승을 응원하나 스틸야드에선 아니다. 역사에 남을 경기에 패자가 될 수 없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포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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