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에 빠져있던 대구를 살린 세징야&최원권 감독대행 [사커피플]

입력 2022-10-1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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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세징야. 사진제공 | KFA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K리그1(1부) 대구FC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2022시즌 개막에 앞서 야심 차게 선임한 알렉산더 가마 전 감독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직전인 8월 중순 팀을 떠나면서 사령탑에 공백이 생겼다. 하위권을 맴돌던 대구는 2013년에 이어 2번째 K리그2(2부) 강등을 걱정해야 했다.


절망에 빠졌던 대구를 살린 이는 세징야(33)와 최원권 감독대행(41)이다. 수석코치였던 최 대행은 가마 전 감독이 떠난 뒤 급하게 지휘봉을 잡았다. 팀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최 대행은 세징야를 주장으로 임명했다.


새로운 대구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일본에서 펼쳐진 ACL 16강에선 전북 현대에 져 탈락했고, 귀국 직후 치른 K리그1 2경기에서 1무1패에 그쳤다. 9월 7일 성남FC를 잡고 12경기 무승의 고리를 끊었지만, 추석날 전북과 홈경기에서 0-5로 완패했다. 이날 홈팬들은 DGB대구은행파크 앞에 모여 분노를 표출했고, 최 대행과 세징야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약 1개월이 흐른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 삼성과 ‘하나원큐 K리그1 2022’ 3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2-1로 승리한 뒤 최 대행과 세징야는 또 한번 눈물을 흘렸다. 이번에는 기쁨과 안도감으로 가득 찬 눈물이었다. 이날 세징야는 1골·1도움으로 승리에 앞장섰고, 최 대행은 주포 제카가 빠진 상황에서도 적절한 용병술로 수원을 상대했다. 대구는 8위(10승14무12패·승점 44)로 올라서며 K리그1 잔류를 사실상 확정했다.


외국인선수임에도 세징야는 대구의 상징적 존재다. 정식 주장 선임은 처음이지만, 이미 부주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한 경험이 많다. 경기장 안에서 활약뿐 아니라 밖에서도 귀감이 되는 선수다. 에이스임에도 훈련장에선 누구보다 성실하다. 부주장 이근호는 “외국인선수지만 매순간 팀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며 “궂은일에 앞장서고, 힘들 때는 선수들을 모아놓고 스피치를 한다”고 세징야의 영향력을 설명했다.

대구 최원권 감독대행. 스포츠동아DB


최 대행의 ‘형님 리더십’도 인상적이다. 2016년부터 대구 플레잉코치로 지도자생활을 시작한 그는 선수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쌓아왔다. 13일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대구에 나보다 오래 몸담은 사람은 식당 이모님뿐”이라고 말한 것처럼 누구보다 팀을 잘 알고 있다. 코치 시절에는 선수들에게 고된 훈련을 시키는 동시에 함께 사적인 시간을 많이 보냈다.


“선수들과 대화를 정말 많이 했다”는 최 대행은 “자존심을 건드리기도 했다. 지금까지 이룬 게 많지만,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코치 때와는 완전히 다른 관계가 됐지만, 고참 선수들은 물론이고 어린 선수들까지 적극적으로 따라와준 덕분에 위기를 극복했다”고 기뻐했다.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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