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핼러윈 문화 변질”

입력 2022-10-31 09:54: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태원 압사 참사로 인해 축제의 핼러윈이 비명과 눈물로 얼룩졌다. 30일 오후 참사 현장에 시민들이 놓고 간 근조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탕 얻으러 다니는 미국의 대표적 어린이 축제
美 WSJ “한국선 코스튬 의상 입고 클럽 가는 날”
축제의 핼러윈이 비명과 눈물로 얼룩졌다. 29일 늦은 밤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사고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핼러윈은 안타까운 참사의 날로 기억되게 됐다. 이번 사고로 본래의 의미를 상실하고 변질된 한국의 핼러윈 문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핼로윈은 가톨릭 축일인 ‘모든 성인의 날’(만성일)을 하루 앞둔 10월 31일에 다양한 복장과 분장을 하고 즐기는 미국의 축제로 잘 알려져 있다.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내쫓는 제의를 올리는 고대 켈트인의 전통축제 ‘사윈’(Samhain)에서 기원으로 하는 만큼 귀신·유령 등으로 분장을 하는 것이 축제의 원형이 됐다.

미국에서 핼러윈은 분장을 한 아이들이 이웃집 어른들에게 사탕이나 과자를 얻으러 다니는 등 아이들을 위한 축제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2010년대부터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이태원 등의 번화가에서 열리는 파티 등을 통해 국내에 정착하게 된 핼러윈은 젊은 층들이 자극적인 복장을 한 채 유흥문화를 즐기는 날로 변질됐다. 각종 클럽과 주점들도 핼러윈 시즌마다 많은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한 각종 이벤트와 할인 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참사 피해자들도 핼러윈을 즐기려 이태원을 찾은 20대가 대부분인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도 이번 참사를 보도하며 “한국의 핼러윈은 이들이 사탕을 얻으러 가는 날이 아닌 20대들이 코스튬을 입고 클럽에 가는 날로 정착됐다”고 밝혔다.

영국 BBC는 이번 참사의 끔찍함을 전쟁영화에 비유하며 “감염증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마스크 규제가 풀리면서 처음 맞이한 핼러윈에 마침내 파티를 열수 있다고 감격한 젊은이들이 핼러윈 옷을 갖춰 입고 이태원에 몰려들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는 “핼러윈은 한국의 전통적 명절이 아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인기가 높아졌다. 사고가 일어난 이태원은 활기찬 밤 문화로 잘 알려진 곳으로 세계 각국의 음식을 제공하는 술집과 식당 등이 즐비하다”고 설명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