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FC 김호곤 단장(왼쪽), 강원FC 이영표 대표이사. 사진 | 스포츠동아DB, 수원FC
표면적으로는 ‘해고’가 아니다. 재계약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구단주 자격으로 인사권을 행사한 결과다. 2020년 12월 취임한 이 대표는 2년, 2019년 2월부터 활동해온 김 단장은 4년 만에 물러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재계약 불가’의 이유를 알 수 없어서다.
지난해 K리그2(2부) 강등 위기에 몰렸던 강원은 이 대표가 영입한 최용수 감독과 함께 잔류에 성공했고, 올해는 구단 역대 최고 성적 타이인 6위에 올랐다. 또 훌륭한 스폰서를 유치했고, 사회공헌 등 여러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수원FC도 대단했다. 2020년 K리그1 승격에 성공했고, 지난해 창단 후 처음으로 파이널A(1~6위)에 진입해 최고 성과(5위)를 냈다. 올해는 파이널A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파이널B(7~12위) 최상위(7위)로 홀가분한 시즌을 보냈다. 여자축구단(수원FC 위민)에는 지소연을 합류시켰다.
하지만 성과는 불필요했다. 정치와 그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만 있을 뿐이다. 역시나 6월 지방선거 결과가 결정타였다.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더불어민주당)가 영입한 이 대표는 김진태 지사(국민의힘)의 당선 후 입지가 흔들렸다. 김 단장은 이재준 시장(더불어민주당) 선거를 도운 축구인으로 대체될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오더니 이미 특정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팬들은 아우성이다. 환영할 수 없는 인사에 성명서를 내고 불만을 토해냈지만, 지자체는 요지부동이다. 사정이 이럴진대 운영철학이 존재할 턱이 없다. 출중한 업적을 남긴 명성 높은 축구인 출신 행정가조차 쓸쓸히 물러나야 하는 환경 속에서 장기 프로젝트는 꿈도 꿀 수 없다.
정치적 외풍이 구단을 덮칠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는 최근 성남FC로도 확인할 수 있음에도 강원과 수원FC는 같은 길을 택했다. 감독 거취에도 영향을 끼치게 돼 안정적 준비와 좋은 성적은 요원해질 수도 있다.
이제는 K리그 전체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 도·시민구단의 사정은 대동소이하다. 그럼에도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여전히 창단에 혈안이 돼 있다. 제대로 내실을 갖추지 못한 ‘불량감자’들이 속출하는 배경이다. 선거철마다 무한 반복되는 도·시민구단의 비정상적 운영은 지겹기까지 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