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가 증명한 희망 그리고 가능성, 벤투를 믿어라 [남장현의 사바-할 카이르]

입력 2022-1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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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바-할 카이르’는 아랍어로 ‘좋은 아침’을 뜻합니다!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는 2022카타르월드컵에서 ‘역대급’ 기적을 연출했다. 22일(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전통의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2-1로 꺾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루사일의 기적’으로 감격에 젖은 사우디는 경기 이튿날을 임시공휴일로 정했다.

월드컵에서 꾸준히 쌓은 실적과 명성, 객관적 전력과 리오넬 메시(35·파리생제르맹) 등의 쟁쟁한 스타들을 내세운 선수단의 면면을 고려할 때 아르헨티나의 압도적 승리는 지극히 당연해 보였다. 이번 대회 개막전에서 개최국 카타르가 에콰도르에 무기력한 0-2 패배를 당하고, 이란이 잉글랜드에 2-6으로 대패하면서 아시아의 고전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사우디는 달랐다. 전반 10분 메시에게 페널티킥(PK)으로 먼저 실점했으나 포기하지 않았고 끝내 승부를 뒤집었다. 볼 점유율 31대69(%), 슛 횟수 3대15(개), 패스 정확도 68%(아르헨티나 85%)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밀린 것으로 나타난 경기 지표는 결과와 상관없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특히 사우디의 수비집중력이 놀라웠다. 아르헨티나는 무려 10차례나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려들었다. 사우디의 선발 라인업 중 9명이 같은 팀(알힐랄)에서 뛰고 있어 가능한 조직력이었다. 이 과정에서 아르헨티나의 골 취소가 거듭 나왔는데, 판정은 정확했다.

사우디의 선전은 우루과이와 운명의 승부를 앞둔 한국에도 큰 교훈을 준다. 파울루 벤투 감독(53·포르투갈)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24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H조 1차전을 치른다.

새롭게 준비할 것이 없다. 결국 가장 큰 무기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사우디는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정확히 이행했다. 효율적 오프사이드 트랩을 만든 뒤 위험지역에선 온몸을 던지는 허슬 수비로 아르헨티나를 괴롭혔다. 아르헨티나는 점차 공세의 수위를 높여봤으나, 메시를 집중 봉쇄해 패스의 줄기를 차단한 사우디 앞에 영양가는 없었다.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벤투호’는 2018년 9월 공식 출항한 이후 ▲후방 빌드업 ▲빠른 공수전환 ▲전방위 압박 등을 강조하며 팀 컬러를 뚜렷하게 다져왔다. 강호를 만날 때나 약체를 만날 때나 변함없이 우리만의 패턴 플레이를 최대한 시도했다. 일각에선 “월드컵은 결국 질식수비가 답”이라며 4년여의 준비에 의구심을 드러내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선수들부터 벤투 감독이 이식해온 ‘우리 스타일’을 굳게 믿는다.

월드컵 최종 엔트리(26명) 선정에 앞서 치른 아이슬란드와 평가전(1-0 한국 승)에서 스리백을 시도하며 플랜B에 대한 추측이 나왔으나, 연막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대표팀 구성을 보면 스리백은 맞지 않는다. 카타르 입성 이후 알에글라 트레이닝 사이트에서 진행된 훈련에선 기존의 포백을 최대한 단단하게 다지는 데 집중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의 승리는 우리 선수들에게도 커다란 동기부여가 됐다. 중앙 미드필더 손준호(30·산둥 타이샨)는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통해 승리의 간절함을 느꼈다”고 밝혔고, 부상으로 앞선 2차례 월드컵 출전이 좌절됐던 베테랑 왼쪽 풀백 김진수(30·전북 현대)는 “축구는 약체가 언제든지 강팀을 이길 수 있다. 우리가 잘 준비해 이길 일만 남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도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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