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5) KIM’ 그리고 ‘투(2) 정우영’…한국인은 다 친척인가요? [남장현의 알릴라]

입력 2022-11-30 13: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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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환, 김민재, 김영권(왼쪽부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알릴라’는 아랍어로 ‘여행’을 뜻합니다!

월드컵을 비롯한 주요 국제대회에 한국대표팀이 참가할 때면 어김없이 선수들의 이름이 화제가 되곤 합니다. 우리는 선수들의 뒷모습만 보고도, 또 걸음걸이와 뛰는 장면만 보고도 누구인지 대강 파악하지만 외국인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철저히 이름과 등번호를 통해야만 각자를 구분할 수 있답니다. 국내에서 외국인들을 쉽게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볼 수 있습니다.


팬들처럼 마음 편히 경기만 관전한다면 상관없는데, 선수의 이름을 정확히 발음해야 하는 해외 TV와 라디오 해설자들은 몹시 곤혹스러워 합니다. 같은 성씨를 가진 선수들이 워낙 많아서 그들에게 한국 경기를 중계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실제로 해외스포츠 중계를 보면 빠르게 성씨를 부르며 경기 상황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에는 2022카타르월드컵에 출전한 우리 축구국가대표팀의 수비진이 혼란을 일으킨다는 재미있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골키퍼 김승규(32·알샤밥)부터 좌우 풀백 김진수(30)와 김문환(27·이상 전북 현대), 중앙수비수 김민재(26·나폴리)와 김영권(32·울산 현대) 등 ‘김(Kim)씨’가 5명이나 되니 이해도 됩니다. 또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 황희찬(26·울버햄턴), 황인범(26·올림피아코스)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입니다.

정우영(알사드·왼쪽), 정우영(프라이부르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어렵사리 성씨와 이름을 번갈아 부르며 조금씩 구분하더라도 고충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습니다. 아예 동명이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베테랑 중앙미드필더 정우영(33·알사드)과 공격 2선의 정우영(23·프라이부르크)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겠죠.


한국에선 ‘큰 정우영’과 ‘작은 정우영’으로 구분하는데, 발음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등록된 이번 대회 엔트리에는 알사드 소속 정우영은 ‘Jung wooyoung’, 프라이부르크 소속 정우영은 ‘Jeong wooyeung’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동명이인임에도 영문표기는 미세하게 다른 까닭에 외국인 입장에선 혼동이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선수들의 이름이 화제가 된다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많은 곳에서 한국축구를 주목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죠. 월드컵 현장에서 “너희 한국인들은 모두 친척이냐?”는 조금 황당한 질문을 받더라도 당황하지 마세요. 그것은 관심의 표현이랍니다.

도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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