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한가득 카타르…매 아살라마(평화롭게 지내) [남장현의 알릴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4년 4개월여 쉼 없이 달린 ‘벤투호’의 2022카타르월드컵 여정이 영광스럽게 끝났습니다. 우루과이를 상대로 대회 첫 승점을 얻었고, 조별리그 3차전에서 포르투갈을 제압해 12년 만에 16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삼바군단’ 브라질과 최선을 다해 싸웠으니 이보다 좋은 마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집 떠난 지 3주가 흘렀습니다. 개인적으론 10년 만에 다시 찾은 카타르였습니다. 2012년 6월 도하에서 열린 카타르와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원정경기 이후 정말 오랜만의 방문이었지만 설렘보단 압박이 더 컸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오래 남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속으론 16강 진출을 원하면서도 1승도 어려울 수 있다는 불안감 역시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대표팀이 그 이상을 해냈으니 참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금 원고를 쓰는 곳은 태극전사들이 오래 기억될 역사를 쓴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 인접한 알라이얀의 대회 메인미디어센터(MMC)입니다. 카타르에서 작성하는 마지막 ‘알릴라’ 시리즈네요.

카타르에서 계획된 일정을 소화하며 조금씩 챙긴 소재들을 지면 사정상, 때론 게으름으로 전부 소화하지 못한 게 조금 아쉽습니다. 16번째 월드컵을 관전한 86세 멕시코 할아버지, 결혼증명서가 없어 계획된 일주일 체류 중 이틀째 노숙한 외국 동거 커플(카타르 숙소는 결혼한 부부만 입실 가능), 조별리그 기간 내내 부족한 숙박시설, 말이 좋아 월드컵 셔틀이지 터무니없이 비싼 중동 타 도시~도하 항공노선, 과도한 고용으로 할 일 없어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대회 경호인력, 전 세계에서 날아온 자원봉사자 등 미처 풀지 못한 스토리가 수첩에 가득하네요.

국제축구연맹(FIFA)은 2022카타르월드컵 취재진에게 하루 최대 2경기씩 관전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과정에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프랑스, 스페인 등 강국들의 경기에선 취재진이 몰려 취재가 거절되기도 했다. 미디어 트리뷴으로 불리는 취재석에서 각자 업무에 몰입한 취재진들. 도하 I 남장현 기자

그에 반해 전 세계에서 몰려든 취재진으로 북적거리던 MMC 미디어 워킹 룸은 정말 썰렁합니다. 뭐, 대회 공식 휴식일이긴 해도 32개국 중 절반이 진작 떠났고, 7일의 16강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그 절반이 또 짐을 쌌으니 그럴 수 밖에요.

유독 바빴던 월드컵이었습니다. 정말 원 없이 축구를 봤습니다. 옹기종기 모인 8개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대회 특성을 십분 살리기 위해 조별리그에 한해 국제축구연맹(FIFA)이 하루 최대 2경기씩 취재를 허용했거든요. 덕분에 오후 10시 킥오프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오면 새벽 3시에 가까운데 이 정도 피로는 감수할 가치가 충분했습니다. 여기에 한국의 승리를 축하해주는 외국 기자들로 인해 어깨가 으쓱해진 순간도 빼놓을 수 없고요.

따스한 마음으로, 또 홀가분하게 떠납니다. 카타르, 매 아살라마!

도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