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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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카타르월드컵에서 한국축구는 값진 결실을 맺었다. 처참한 실패와 고통은 반복되지 않았다. 우루과이~가나~포르투갈과의 경쟁을 뚫고 당당히 16강에 올랐다. ‘세계 최강’ 브라질에게 무너져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어도 4년 4개월여를 함께 한 파울루 벤투 감독(53·포르투갈)과 태극전사들의 도전은 충분히 위대했다.

그러나 2% 아쉬움도 함께 남았다. 피치 안팎에서 비쳐진 모습이 전혀 달라서다. 대표팀은 준수한(?) 실력을 뽐냈음에도 한국축구는 ‘아웃사이더’에 가까웠다. 국제축구계의 중심부에 아무도 서 있지 않은 탓이다.

차두리 FC서울 유스 강화실장이 아르센 웽거 전 아스널 감독이 이끄는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 일원으로, 신만길 아시아축구연맹(AFC) 부총장이 FIFA 파견 경기감독관 자격으로 활동하는 등 적잖은 한국인들이 지금도 부지런히 현장을 누비지만 여러 모로 부족하다.

한국은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개최권을 반납한 2023 AFC 아시안컵 유치경쟁에 뛰어들었다. 당시 대한축구협회와 정부는 아시아 축구의 축제인 만큼 지역별 순환개최가 옳다는 논리의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웠다.

그런데 이러한 판단 자체가 잘못됐음을 카타르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2~3배 이상 차이가 나는 대회 지원금이나 ‘오일 머니’의 위력과는 별개로, 2022년 12월의 카타르 축구 인프라는 완벽했다. 월드컵 인프라를 고스란히 사용할 수 있고, 적자 걱정조차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카타르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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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한국은 큰 망신을 샀다. 적잖은 비용을 감수하려던 정부도 난처해졌다. 대표팀 선전에 가려졌으나 책임은 분명히 가려야 한다. 국제 동향과 정세를 제대로 판단하고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축구도 철저한 자본 논리를 따른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월드컵 개막 기자회견에서 대놓고 유럽 축구계의 인권 보호 주장을 저격하고, 개최국 카타르를 비롯한 ‘범 아랍권’을 옹호하는 상황이다. 더는 명분이 실리를 이길 수 없는 시대다.

사라진 월드컵 심판도 지적하고 싶다. 그토록 수준이 높다고 포장했으나 K리그에서 활동하는 국내 심판은 한 명도 카타르에 초대받지 못했다. 여성 심판이 휘슬을 불고, 축구 약소국 출신 심판들까지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참담하다. 발 빠르게 비디오판독(VAR)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포장했으나 이곳에도 한국인은 없다. 대표팀 실력향상과 좋은 성적 못지않게 외적인 성장도 중요하다는 걸 새삼 확인시킨 카타르월드컵이다.

도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