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강수진 성우 “26년만에 다시 강백호, ‘주인공 송태섭’ 섭섭하지 않아” [인터뷰]

입력 2023-01-2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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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강수진. 사진제공 | tvN

성우 강수진(57)이 26년 만에 북산고 농구부의 빨간머리 리바운드왕 강백호의 목소리로 돌아왔다. 4일 개봉해 무서운 속도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슬램덩크)를 통해서다.

특히 영화는 1990년대 원작 출판만화와 TV만화 및 비디오로 ‘슬램덩크’를 즐겼던 30~40대 관객을 대거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특히 이들은 학창시절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로 시작하는 만화의 OST를 우렁차게 불러대던 세대답게 더빙판 캐스트 중 유일하게 TV만화에도 참여했던 강수진의 목소리에 열광했다. 강 성우는 1997년 애니원 채널에서 방영된 만화와 비디오(대원)에서도 강백호를 연기했다.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직접 맡은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구작 TV만화와는 달라야 한다”며 일본은 물론 한국 성우들까지 전면 교체하길 원했지만 여러 성우의 오디션을 거치고도 강백호 만큼은 또 다시 강 성우의 목소리를 택했다. 강 성우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원작자가 성우 교체를 희망했던 만큼 마음을 비우고 오디션을 봤다. 나 또한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그럼에도 26년 만에 다시 ‘슬램덩크’에 일부가 될 수 있어서 무한히 기쁘다”고 말했다.

아래는 강수진 성우와 나눈 일문일답


Q. ‘성우 전면 교체’ 원칙을 내세운 다케히코 감독의 결정이 섭섭하진 않았나.

“일본에서는 원작 성우가 전부 빠져 팬들의 원성이 크고 논란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팬들은 아쉬움을 느낄 수 있지만 감독의 연출 의도는 100% 이해해요. 구작 TV만화와 극장판 영화는 확실히 차이가 있거든요. TV만화는 에피소드 당 20분 정도 되는 짧은 시간에 임팩트를 줘야하기 때문에 과장되면서도 코믹한 목소리 연기가 중요하죠. 다케히코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원했기 때문에 구작 TV만화에 참여하지 않은 새로운 목소리를 원했던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강 성우 역시 26년 전과 다른 스타일로 연기했나.

“아무래도 과거와 달리 과장하는 톤은 많이 지우려 했죠. 실제적인 감정에 더 집중하려 했어요. 다만 ‘열혈’ 강백호는 다혈질에다 단순 무식해 다른 인물들 보다는 좀 더 캐릭터성이 강해요. 그런 강백호만의 매력은 그대로 살리는게 중요했죠. 팬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샀던 일본판 강백호의 경우는 자연스러운 연기에만 집중 하려다 보니 강백호라는 캐릭터의 특징이 잘 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Q. 이번 영화는 강백호가 주인공이었던 원작과 달리 송태섭을 메인으로 내세웠다. 아쉽진 않았는지.

“아쉽거나 섭섭한 마음은 조금도 없어요. 오히려 송태섭이 주인공이란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안도했는지 몰라요. 강백호라는 캐릭터 자체가 목소리 연기하는 게 굉장히 난이도가 높거든요. 이 친구의 목소리로 두 시간 내내 길길이 뛰는 연기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하하. 분량은 적지만 이 친구의 에너지와 존재감은 여전했어요. 확실히 ‘조커’ 역할을 해냈다고 생각해요.”


Q.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다른 추억의 애니메이션보다도 유독 더빙판의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 팬들에게 ‘슬램덩크’는 로컬라이징 된 버전이 원래 더 익숙해요. 캐릭터들의 이름부터 강백호, 송태섭, 서태웅 등을 기본으로 생각하잖아요. 또한 우리나라 성우들이 워낙 (연기를) 잘 한 이유도 있겠죠? 하하. 어릴 때 ‘슬램덩크’를 즐겼던 관객들이 추억을 되새기는 의미에서 더빙을 선호한다면 1020세대 관객들은 긴박감 넘치는 스포츠 경기 장면의 자막을 읽다가 놓치고 싶지 않아 더빙을 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또한 자막과 더빙, 두 가지 버전을 모두 챙겨보는 분들도 많이 계시죠.”


Q. 이번 영화의 폭발적 반응의 이유는 뭘까. 단순히 ‘추억’ 때문만은 아닐 거 같은데.

“‘슬램덩크’ TV만화가 방영됐던 19990년대 후반에 케이블 채널이라는 게 생겼어요. 동시에 일본 문화 개봉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이 봇물 터지듯 밀려들어왔어요. 일본 애니메이션들은 ‘마니악’한 게 많았는데 농구를 주제로 한 ‘슬램덩크’는 마니아뿐만 아니라 그 시대 청년이라면 누구나 좋아했어요. 호불호가 없었죠. 당시 IMF로 인해 어른뿐만 아니라 많은 청년들이 힘들어했어요.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노력을 담은 ‘슬램덩크’가 그 시절 청년들에게 가닿았을 것 같아요. 요새도 청년을 포함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시기잖아요. ‘슬램덩크’가 가진 주제가 이 시대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준다고 생각해요.”


Q. 강 성우가 뽑은 이번 영화의 최고의 명장면과 명대사가 궁금하다.

“최고의 장면은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영화 후반 ‘묵음’으로 펼쳐진 2분가량의 경기 장면을 꼽고 싶어요. 도저히 다른 장면을 꼽을 수가 없네요. 하하. 대사와 음악, 효과음 등 오디오소스가 차츰 사라지고 묵음 속에 정점으로 치닫는 경기, 그리고 마지막 버저비터가 울린 후 바로 이어지는 강백호와 서태웅의 로우파이브까지, 그 2분 분량의 장면은 정말 숨이 막힐 지경이었죠. 최고의 대사는 강백호의 ‘이리 내놔!’로 꼽고 싶어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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