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항저우 아시안게임 SNS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OCA가 최근 45개 회원국에게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단을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초청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공문에는 란디르 싱 OCA 회장(인도)이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 중 메달리스트가 나와도 순위에 반영하지 않겠다. 2024파리올림픽 출전에 있어 아시아권 선수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로부터 주요 스포츠이벤트 출전에 제재를 받았다. 러시아에 대한 노골적인 지지를 보낸 벨라루스도 포함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수영연맹(FINA) 등은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퇴출해 이들의 2022카타르월드컵,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윔블던테니스대회 등 주요 대회 출전을 금지했다.
그런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돌연 입장을 바꿨다. 2024파리올림픽를 앞두고 “대회 참가에 있어 국적이 차별적 요소가 돼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중립국 신분 출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상위기관의 움직임에 OCA가 유사한 의사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IOC와 OCA 모두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순위 규정과 메달 수여 등에 관한 종목별 운영 계획을 구체화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회원국과 사전 논의가 전혀 없던 일방적 통보라는 점에서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지 않은 채 강행되는 일방통행 행정은 어디서나 큰 반발을 사기 마련이다.
여전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롯해 폴란드, 노르웨이,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정상들은 꾸준히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국제스포츠계 퇴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IOC가 합리적이고 타당한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 자칫 외교 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사안이다.
한편 우크라이나올림픽위원회는 3일 비상총회를 열어 2024파리올림픽 보이콧을 논의한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