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붕괴 SVB…검은 월요일은 피했지만”

입력 2023-03-14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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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영향으로 13일 글로벌 금융시장에 긴장감이 흘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SVB 본사(위)와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주식 전광판.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뉴시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에 글로벌 금융시장 ‘긴장’

유동성 부족 우려에 투자자 뱅크런
증자 발표 40시간 만에 은행 폐쇄
美정부, 고객예금 전액 보호 조치
한국·아시아 증시, 폭락 여파 없어
금융위 “긴장 풀지 않고 모니터링”
미국 스타트업의 자금줄로 불리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영향으로 13일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SVB는 금융지주회사인 SVB파이낸셜그룹의 자회사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약 2090억 달러(272조3270억 원)의 총자산을 보유한 중견은행으로 미국에서 16번째로 크고, 실리콘밸리 내에서는 가장 크다.

8일 SVB 측이 기준금리 인상과 높아지는 예금 인출 수요에 대비해 채권 등 약 210억 달러(27조3630억 원)를 팔아 18억 달러(2조3454억 원)의 손실을 봤고, 이를 메꾸기 위해 22억5000만 달러(2조9317억 원) 규모의 증자 계획을 발표한 것이 시작이었다. 불안감이 급격히 커진 투자자들이 앞 다퉈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런이 시작됐고, 증자 발표 40여 시간 만에 미국 금융 당국이 폐쇄를 결정했다.

이번 SVB 파산은 스타트업 기업의 유동성 부족 우려 속 예금 인출 급증과 보유자산 손실이 조합된 결과로 요약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 장기화로 자금난에 봉착한 미국 스타트업 기업들이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하자, SVB는 유동성 확보에 난항을 겪었고 이에 대응해 보유자산 매각과 대량 손실 과정이 반복됐다. 결국 SVB 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가 예금 대량 인출로 이어지면서 파산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SVB가 영업망을 둔 영국, 캐나다, 중국, 덴마크, 독일 등에도 파장이 이어졌다. 국내에는 SVB지점은 없으나 국민연금이 상당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SVB 주식 10만795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는 294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고객 예금 전액 보호, 선제 조치 주효

SVB 파산 여파에도 한국과 아시아 증시에서 ‘13일의 검은 월요일(증시 폭락)’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6.01p(0.67%) 오른 2410.60, 코스닥은 0.29p(0.04%) 상승한 788.89에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1% 빠진 2만7832.96에 거래를 마치는 등 아시아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암호화폐 시장도 비슷한 상황으로, 이날 오후 3시 기준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1.16% 오른 2953만9000원에 거래됐다.

이는 미국 정부가 이날 아시아 증시 개장 직전 ‘은행 투자금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 250억 달러(32조6250억 원)를 지원하는 등 SVB 고객 예금을 전액 보호하는 선제 조치를 취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다만 이번 사건이 2008년 워싱턴뮤추얼 붕괴에 이어 미국 역사상 2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고,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시그니처은행이 폐쇄되는 등 연쇄 효과도 발생한 만큼, 시장은 잔뜩 긴장한 채 향후 파장을 지켜보고 있는 분위기다.

국내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당국은 국내 은행 및 비은행 금융회사 모두 자산부채 구조가 SVB와 다를 뿐 아니라, 양호한 자본비율 및 유동성비율과 견조한 수익성 등 근본적 차이를 감안할 때 국내 금융회사는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상당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다만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관계부처, 관계기관과 함께 국내·외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우리나라는 과거 다양한 위기를 겪으면서 상황별 대응장치가 잘 마련돼 있는 만큼, 금융시스템을 재점검하면서 긴장을 늦추지 말고 필요시에는 신속한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할 것”이라며 “특히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동성 등도 신속하게 재점검할 것”을 당부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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