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사는 한국야구, 서로 으르렁대기보다 머리 맞대야 할 때

입력 2023-03-16 1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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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야구는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또 한번 좌절을 맛봤다. 모든 야구인이 머리를 맞대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할 때다.

한국야구는 이번 WBC로 실력을 제대로 확인했다. 1라운드를 벗어나지 못한 10년 사이 일본과 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야구변방으로 여긴 호주와 거리는 가까워졌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걸출한 선수들이 대표팀을 이끌었음에도 호주전에선 기본기 부족, 일본전에선 투수력의 열세를 절감했다.

특히 절대적 수치로도 확인된 일본전에선 실력 차이가 도드라졌다. 일본투수들은 어떤 구종이든 한국투수들보다 시속 10㎞ 가량 더 빠른 공을 던졌다. 타자들에게는 판단할 시간이 짧아져 방망이를 헛돌리거나 맞히는 데 급급한 모습이 적잖이 드러났고, 투수들은 제구 난조로 승부조차 걸지 못하거나, 치기 좋은 공을 던지는 데 그쳤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는 “우리의 기량은 세계의 많은 선수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충격에 휩싸인 한국야구계에선 여러 현안에 대한 개선 요구가 들끓고 있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하는 우리 야구계로선 어쩌면 아마추어야구 제도 개선, 대표팀 전임감독제 도입, 대표팀 상시 운영 등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공론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지 모른다.

그러나 일부 야구인이 대표팀을 강도 높게 비난해 대표팀 내에서도 이를 적잖이 서운해 하는 목소리가 나오거나, 또 이를 중재하려다가 도리어 또 다른 갈등을 빚는 일이 생기고 있다. 지금은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시기임에도 서로 생채기를 내고 있다.

여러 제안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 중 거포 육성이 어렵다는 이유로 고교야구에서 나무배트 대신 알루미늄배트를 사용해 투타 전반의 기량 향상을 꾀하자는 주장도 나오는데, 국제표준에는 뒤처질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은 만큼 신중히 따져야 할 듯하다. 또 대표팀의 효율적 관리와 여러 기용 논란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임감독제를 다시 도입하자거나, 친선경기를 통해 대표팀을 수시로 소집해 전력을 꾸준히 점검하자는 의견도 나오는데 모두 충분히 귀담아 들을 만하다. 싸움이 아니라 건설적 대화와 논의가 절실한 한국야구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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