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자기합리화 늪”, 유아인 12시간 경찰조사 이후 어떻게? (종합)[DA:스퀘어]

입력 2023-03-27 22: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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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세영의 어쩌다: ‘이따금 어째서 왜?’로 시작된 이슈 뒤집어 보기. 전체 맥락, 행간을 짚어내고 분명하게 메시지를 담아내는 코너.

장장 12시간에 걸친 강도 높은 경찰 조사를 받고 귀가한 유아인(본명 엄홍식)은 구속될까.

유아인은 27일 오전 9시 20분경 서울경찰청 마포청사(마약범죄수사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경찰 조사는 장장 12시간에 걸쳐 이루어졌다. 경찰은 이날 오후 유아인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라는 말을 취재진에 흘렸다. 이후 밤 9시 넘어 청사 현관에 유아인이 등장했다.

12시간에 걸친 경찰 조사를 마친 유아인은 “(이번) 경찰 조사에서 내가 밝힐 수 있는 사실은 그대로 말했다. 불미스러운 일로 이런 자리에 서서 그동안 나를 사랑해준 많은 분에게 큰 실망을 안긴 점 깊이 반성한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경찰 조사 과정 내용과 질의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건 경위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내가 밝힐 수 있는 선에서 사실대로 내 입장을 전했다. 사실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그 내용을 직접 언급하기에는 조심스럽다”고 이야기했다.

유아인은 “개인적으로 내 일탈 행위로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자기 합리화라는 잘못된 늪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입장 표명이 늦어진 부분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이런 나를 보는 게 많이 불편하겠지만, 나는 이런 순간을 통해 그동안 살아보지 못한 진정하게 건강한 순간을 살아볼 기회로 삼고 싶다. 실망을 안겨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 숙여 거듭 사과했다.


소명한 내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있는 부분은 다 밝혔다. 다만, 아직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구체적인 답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5일 미국에서 귀국한 유아인을 불러 소변과 체모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당시 간이 검사(소변검사)에서는 대마 성분만 검출되고 프로포폴은 음성이 나왔다. 이후 지난달 국과수 정밀 감정 결과, 유아인 체모(모발 등)에서 프로포폴, 대마, 코카인, 케타민 등 총 4종류의 마약 성분이 검출(양성 반응)됐다. 이에 경찰은 유아인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지난 7일에는 유아인 거주하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과 이태원동 자택 두 곳을 압수수색 했다. 지난 24일에는 경찰 소환 조사가 예정됐다. 하지만 비공개 원칙을 깬 경찰 때문에 유아인 출석은 연기됐다. 그리고 이날 유아인은 12시간가량의 두 번째 경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이제 쟁점은 유아인이 어떤 부분을 소명했느냐다. 4종 마약 성분에 대해 모두 소명했다는 전제와 가능성은 희박하기에 소명되지 않는 약 성분 출처가 법리 다툼에 있어 핵심 쟁점이 될 터다. 투약 장소가 국내인지, 국외인지에 따라 유불리가 크게 달라진다. 그중에서도 국외 투약이라면 어떤 경로인지, 의도적인 투약인지에 따라 법적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마약 투약 자체가 불법이지만, 경중을 다루는 부분에 있어서는 법리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

또 구속 수사는 필요없다는 경찰이 말을 바꿔 구속 영장 신청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는 유아인 수사 방향에 대한 새로운 포인트가 될 부분. 소환 조사 전까지만 해도 구속 수사 불필요성을 강조하던 경찰이 돌연 구속 영장 신청 카드를 꺼내들었다. 구속 요건에 충족되는 부분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일단 던져 보기나 하자는 식인지는 검찰, 법원 해석에 달렸다.


법조계에서는 유아인 사건을 두고 이전의 마약 수사와 다른 양상을 띈다고 입을 모았다.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시작된 사건이 4종 마약 성분 검출이라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지면서 경찰 역시 확실한 물증인 ‘스모킹건’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법조계 해석이다. 국과수 정밀 감정 결과 외에 구체적인 진술 확보나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이런 법조계 해석과 시각을 경찰이 뒤집을지, 아니면 예상대로 유아인 수사는 현 상태에서 검찰로 넘어갈지 앞으로 수사 상황이 주목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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