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김우빈 “흡연장면 놀라셨죠? 사실은 CG예요” [인터뷰]

입력 2023-05-19 06: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행복 바이러스’ 배우 김우빈은 “2017년 비인두암 투병 이후 일보다 삶을 먼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 ‘택배기사’로 우리 곁에 돌아온 배우 김우빈

2년6개월 만에 투병 복귀 후 2번째 작품
감독님 배려해 줘 담배연기도 CG 처리
산소마스크 쓰고 촬영할 때 가장 힘들어
투병 후 이재민 지원 등 ‘선한 삶’ 최선
“모두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행복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배우 김우빈(34)이 웃음기를 거두고 진지하게 말한다. 자칫 뜬금없는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는 평소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잘 사는 방법”을 고민하고 “꼭 그래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마치 ‘행복 전도사’와 같다. 여기에 평소 자신의 신념과 닮은 작품 속 캐릭터를 만났으니 더욱 행복하게 연기할 수밖에.

12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는 비인두암 투병으로 2017년부터 2년 6개월간 휴식기를 거치고 복귀해 촬영한 두 번째 작품이라 건강으로 얻은 행복의 값어치는 더 크다.

드라마는 혜성 충돌로 사막화된 2071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 산소호흡기 없이 살기 힘들 정도로 대기가 오염된 상황에서 그는 살아남은 1%를 위해 생필품을 배송하는 택배기사 5-8역을 맡았다. 낮의 ‘기사’(deliver)가 아닌 밤의 ‘기사’(knight)로 나서 기꺼이 제 목소리를 낸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김우빈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어쩌면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5-8은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고 나 또한 비슷한 꿈을 꾸고 있다. 5-8과의 만남이 더욱 반가웠던 이유다”고 말했다.


●“CG로 만든 흡연신, 감독님의 배려”

서울이 모래로 뒤덮이고, 남산타워가 두 동강 나는 등 곳곳이 폐허로 변했다. SF(Science Fiction) 장르의 특성상 대부분 분량을 크로마키(블루 스크린)효과를 이용해 촬영했다. 그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래를 상상하며 연기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저처럼 암 투병 했던 분들 응원 큰 힘, 건강한 모습으로 열심히 연기하며 보답”

“앞서 SF영화 ‘외계+인’을 13개월 동안이나 촬영하면서 하늘도 날고 빔도 마음껏 쏴봤어요. 그래서 (블루 스크린 촬영에)나름 자신이 있었죠. 하하! 컴퓨터그래픽(CG) 만큼 힘들었던 건 대부분의 장면에서 착용했던 산소마스크예요. 얼굴에 고정하기 위해 접착제로 붙여야 했는데, 뗄 때마다 아파서 좀 고생했죠.”

배경뿐만이 아니다. 흡연 장면에서 담배 연기도 CG로 구현했다. 담배에 불 한번 붙이지 않았다. 김우빈의 건강을 위한 연출을 맡은 조의석 감독과 CG팀의 배려였다.

“처음부터 담배를 많이 피는 설정이었는데 감독님께서 저를 위해 아예 설정 자체를 삭제하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5-8은 담배가 더 어울렸죠. 혹시 담배연기의 CG가 가능한지 물어봤더니 다행히 연기를 지우는 건 어렵지만 만드는 건 쉽다고 해서 모형 담배를 물었어요. 아버지께서 제 모습을 보고 걱정하실까봐 미리 흡연 연기는 CG로 한 거라고 말씀드렸는데, 너무 똑같아서 놀라시며 ‘너 진짜 괜찮냐’고 물으시더라고요.”


●“투병 후 선한 영향력에 대한 생각 커져”


복귀 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주위에서는 건강에 대한 걱정의 시선을 보낸다. 그는 “그 누구보다 건강하다”며 자신 있게 웃었다.

“예전에는 보여주기 위한 운동을 했는데 지금은 건강을 위해서 해요. 잠도 잘 자고요. 좋은 걸 챙겨먹으려 하기 보다는 몸에 안 좋은 걸 안 먹으려고 하죠. 아프기 전에는 정말 일밖에 몰랐어요. 이제는 일보다 제 삶을 먼저 생각하게 됐어요. 아무리 바빠도 제 생활의 루틴을 깨지 않으려 노력하죠.”

투병 이후 달라진 점도 있다. 유명인으로서 대중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방법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게 됐다. 취약층 환자들의 치료비 지원, 이재민 피해복구 등을 위해 꾸준히 거액을 기부하고 있는 그는 자신이 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영향력은 “건강한 모습으로 연기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아플 때 저처럼 암 투병을 하셨던 분들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됐어요. 투병 중엔 나도 모르게 안 좋은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저도 암이었는데 지금은 건강을 되찾았어요. 우빈 씨도 힘내세요’라고 말해주는 분들을 만나면 정말 힘이 났어요. 가족을 제외한 사람이라도 존재만으로도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죠. 전 아픈 분들을 위해서라도 건강한 모습으로 열심히 연기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어요.”

인사법도 달라졌다. 그는 사람들과 헤어질 때 “건강하라!”고 말한다. 인터뷰를 마친 후에도 그는 밝은 목소리로 외쳤다. “건강검진 꼭 꾸준히 받으시고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