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안 된다, 심판들 권위의식부터 내려놓자! [베이스볼 브레이크]

입력 2023-05-21 13: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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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심판 불신’의 시대다. 잊을 만하면 나오는 오심이 프로야구의 질을 떨어트리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개막 191경기 만에 200만 관중을 돌파한 당일인 20일에도 판정 문제가 불거진 탓에 그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

문제의 경기는 이날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한화 이글스-LG 트윈스전이었다. 9회말 무사 1루 LG 정주현 타석 때 한화 벤치가 피치아웃을 했다. 페이크번트&슬래시 작전을 지시받은 정주현은 어떻게든 공을 맞혀야 했기에 배트를 던지면서까지 콘택트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정주현의 배트가 한화 포수 최재훈의 미트에 맞았는데, 4심 합의 끝에 도출된 결과는 ‘수비방해’가 아닌 ‘타격방해’였다.

야구규칙 6.03조 ‘타자의 반칙행위’ 4항에도 명시된 내용이다. ‘타자가 제3스트라이크 투구 또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배트를 페어 또는 파울지역으로 던져 포수(미트 포함)를 맞혔을 경우’ 타자는 반칙행위로 아웃된다. 그러나 최원호 한화 감독의 강력한 항의에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그나마 한화가 무사 1·2루 위기를 실점 없이 마친 덕분에 더 큰 논란은 막을 수 있었다.

결국 KBO는 “심판위원회 추가 확인 결과, 타격방해가 아닌 수비방해로 판정됐어야 할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KBO 심판위원회는 징계 등 후속 조치할 계획”이라고 실수를 인정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연장 12회말에는 LG 박해민과 권영철 주심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박해민이 초구 스트라이크 판정에 다소 아쉬워하며 타석을 벗어났다가 돌아왔고, 2구째를 공략해 1루수 직선타로 물러난 뒤 헬멧을 그라운드에 내던지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문제는 그 뒤였다. 권 주심이 1루측 LG 덕아웃으로 다가가 박해민에게 훈계하듯 반말로 큰소리를 냈다. 박해민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이 설전은 TV로 고스란히 생중계됐다. 심판진과 LG 코칭스태프가 둘 사이를 간신히 중재했지만, 앙금을 완전히 떨쳐내긴 어려웠다.

일부 심판들의 권위의식으로 인해 드러난 문제다. 10일 사직 두산 베어스-롯데 자이언츠전에서도 이영재 주심이 롯데 전준우가 스트라이크 판정에 아쉬움을 드러내자 덕아웃으로 다가가 목소리를 높였다. 스트라이크존이 심판의 고유권한이지만, 권위를 내세운 것을 두고 선수들과 팬들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심판-선수 간 상호존중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를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심판들도 있지만, 여전히 ‘야구계 선배’라는 권위의식에 사로잡힌 이들도 적지 않다. 이는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하고, 선수들의 반발심만 키울 뿐이다.

KBO가 강조하는 ‘클린 베이스볼’도 상호존중에서 비롯된다. 심판과 선수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이는 심판의 고과와 별개다. 심판들이 조금만 권위의식을 내려놓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심판들의 권위의식이 수면 위로 떠오른 사례가 올 시즌 벌써 2건이나 드러난 만큼 이제라도 개선이 필요하다. 시대가 변했고, 젊은 세대가 권위적 태도를 좌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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