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알칸타라.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지난 2년간은 일본프로야구(NPB·한신 타이거즈)에서 주로 불펜으로 뛰며 2년간 63경기 4승6패1세이브25홀드, ERA 3.96의 성적을 남겼다. 기대에 걸맞은 성적은 아니었다. 두산이 올 시즌을 앞두고 알칸타라의 재영입을 결정했을 때 기량 저하에 따른 우려가 적지 않았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시범경기 3게임에서 ERA 2.19로 준수한 모습을 보였지만, 정규시즌 개막 후 첫 3경기 중 2경기에서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자 우려가 더욱 증폭됐다. 이 기간에 14이닝 동안 8개의 볼넷을 허용한 것도 걱정거리였다.
그러나 알칸타라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첫 3경기는 불펜에 익숙했던 투구 패턴을 바꾸는 과정이었다. 이후 6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하며 4승(1패)을 챙겼다. 이 기간 ERA는 0.64에 불과하다. 특히 5월 4경기에선 28이닝 동안 단 1점만을 내주는(ERA 0.32) 안정감을 자랑하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9경기 5승2패, ERA 1.29, 61삼진, 13볼넷. 선발등판 시 팀 성적도 7승2패다.
3년 전과 달라진 건 없다. 평균구속 150㎞대 강속구와 스플리터, 슬라이더의 조합은 그대로다. 구사 비율이 높았던 투심패스트볼(투심) 대신 스플리터의 비중을 더 늘린 것도 주효했다. 많은 일본 투수들이 주무기로 활용하는 스플리터와 종슬라이더를 연구하며 더욱 무섭게 가다듬은 결과가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서 뛴 2년의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의미다. 알칸타라가 “2020년의 내 모습을 기대하라”고 자신감을 보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꾸준히 선발로테이션을 지탱하고 있는 것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가치다. 두산은 또 다른 외국인투수 딜런 파일과 곽빈이 한 차례씩 자리를 비운 까닭에 선발진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강한 선발진은 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계획이 틀어지면 그 여파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에이스인 알칸타라가 확실히 중심을 잡고 있는 덕분에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22일까지 두산이 팀 선발투수 ERA 1위(3.31)를 기록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