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 아이콘’ 임기원 기수를 아십니까?

입력 2023-06-0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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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린 ‘SBS스포츠 스프린트’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는 라온더파이터와 임기원 기수. 사진제공 l 한국마사회

5월 14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린 ‘SBS스포츠 스프린트’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는 라온더파이터와 임기원 기수. 사진제공 l 한국마사회

기수꿈 접고 마필관리사 9년차에
34세로 데뷔 그해 최우수 신인상
2018년 생애 첫 최우수 기수 선정
지난해 낙마사고 딛고 ‘통산 400승’
5월 14일 렛츠런파크서울에서 열린 ‘SBS스포츠 스프린트’ 대상경주에서 경주마 라온더파이터와 임기원 기수가 우승하자 장내가 크게 술렁거렸다. 임기원 기수는 같은 날 먼저 열린 ‘뚝섬배’ 대상경주를 이미 우승했기 때문이었다. 하루에 두 번 대상경주가 열리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이를 모두 석권한 기수는 한국경마 역사상 임기원 기수뿐이다.

어느덧 40대 중반에 접어든 임기원 기수는 요즘 폼이 예사롭지 않다. 하루 2회 대상경주 우승에 이어 개인 통산 400승까지 돌파했다. 올해 승률은 무려 20.7%다. 그런데 이처럼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는 그가 한참 늦은 34살에 뒤늦게 기수로 데뷔한 것을 아는 팬은 많지 않다.

임기원 기수는 1999년 문세영 기수, 최범현 기수, 이신영 조교사 등과 함께 기수후보생으로 합격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후보생 졸업을 마치지 못하고 기수의 꿈을 접었다. 이후 후보생 경력을 살려 부산경남 경마공원에서 마필관리사로 근무했다. 관리사 생활 9년 차에 접어든 2011년, 후보생이 아닌 기능능력을 갖춘 외부인도 수습기수에 도전할 수 있는 제도가 생겼다. 당시 조교사 전 단계인 조교보 자격시험을 준비하던 임 기수는 주위 만류에도 불구하고 수습기수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늦깎이 신입 임기원 기수는 그간의 갈증을 해소하듯 무서운 성적을 과시했다. 데뷔 8개월 만에 34승, 월 승률은 15%를 돌파했고 그해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했다.

특히 임기원 기수에게는 10년간의 마필관리사 경험이 강점이 되었다. 오랜 조교관리 경험으로 말 다루는 데 특출나다 보니 성격 나쁜 악벽마를 부탁하는 마주와 조교사들이 늘어났다. 그를 스타로 만들어준 청담도끼를 만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대상경주 9회 우승, 수득상금 30억, 아직 깨지지 않는 2000m 최고기록의 주인공 청담도끼는 악벽으로 유명했다. 임 기수는 청담도끼와 2018년에 4개 대상경주를 석권하며 생에 최초로 연도 최우수 기수로 선정됐다.

톱클래스 기수로 활약하던 임기원 기수는 지난해 9월 낙마로 인한 늑골과 척추 골절 부상을 당했다. 올해 2월 복귀한 후에는 본인과 말의 컨디션을 고려해 예전보다 출전을 신중하게 결정하고 있다. 비록 출전 횟수는 줄어들었지만 승률은 자신의 역대 최고를 달리고 있다. 임기원 기수는 “김귀배, 박태종 선배들처럼 꾸준한 자기관리와 노력으로 팬들에게 오래토록 신뢰받는 기수로 남는 것이 기수로서 유일한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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