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와이드너.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삼성 와이드너.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투수 테일러 와이드너(29)는 NC 다이노스 시절 들쭉날쭉한 투구로 우려를 남겼다. NC 소속으로 11경기에 선발등판해 4승2패, 평균자책점(ERA) 4.52로 성적이 아주 나쁘진 않았지만, 에이스 에릭 페디를 뒷받침할 카드로는 임팩트가 다소 부족했다. NC가 발 빠르게 움직여 새 식구 태너 털리(29·등록명 태너)를 영입하며 와이드너를 방출한 이유다.

그대로 KBO리그 커리어를 마감하는 듯했지만, 종아리 부상을 당한 앨버트 수아레즈의 대체자를 구하던 삼성 라이온즈가 와이드너에게 손을 내밀었다. 새 외국인투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어느 정도 KBO리그 적응을 마친 와이드너는 ‘긁어볼 만한 복권’이었다. 실제로 와이드너는 삼성 유니폼을 입고 2경기에 등판해 1승1패, ERA 2.84(12.2이닝 4자책점)로 선방했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18일 대구 KIA 타이거즈전에선 6이닝 5안타 무4사구 7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5승째를 따냈다.

지금의 와이드너는 2016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방출됐다가 KT 위즈에 입단해 커리어를 이어간 라이언 피어밴드(38)를 떠올리게 한다. 피어밴드는 2016년 8월부터 2018년까지 KT 유니폼을 입었고, 2017년에는 평균자책점(ERA) 1위(3.04)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전력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던 KT의 사정상 많은 승리를 챙기진 못했지만, 2018년까지 매년 16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선발진의 중심축으로 활약했다. 재취업 이후 성공적으로 경력을 연장한 사례다.

와이드너도 피어밴드처럼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이어갈 가능성을 지닌 투수다. 투구에 기복이 있었지만, 한 번에 와르르 무너지진 않은 만큼 제구를 가다듬으면 두 자릿수 승리는 가능한 투수로 평가받는다. 삼성으로서도 와이드너가 남은 시즌 준수한 모습을 보여주면 충분히 동행을 고려해볼 만하다. 등판을 거듭할수록 기복을 줄이고 있다는 점도 희망적 요소다. NC 시절을 포함해 최근 4경기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시즌 초반 그를 괴롭혔던 허리 통증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면, 구위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와이드너도 피어밴드처럼 반전 스토리를 쓸 수 있을까.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