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
(정진영 저 / 파이퍼프레스)

드라마가 되는 소설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나는 작가가 될 수 있는 사람일까.
글쓰기 교본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실전 경험에서 나온 생생한 답변을 위트 넘치고 속도감 있는 매력적인 문장으로 만난다.

소설을 쓰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문학을 전공해야 할까. 작가 클래스를 들어야 할까. 스터디 모임에 참여해 합평을 해야 할까.

글 써서 먹고살기 어렵다는 세상에서 판권이 팔리는 소설을 쓰는 작가 정진영의 답은 이렇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자기만의 경험과 취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사실이다.

문단의 데뷔 기준으로 인식되는 ‘등단’ 과정을 거치지 않고, 로커를 꿈꾸다 법학을 전공한 후 기자 생활을 하면서 데뷔한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이력을 출간한 작품들과 연결해 설명하면서 소설 쓰기 방법을 공유한다.

핵심은 이렇다.

‘‘쓰는 사람’ 스스로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나만이 쓸 수 있는 주제를 찾아 경험을 살리고, 치밀하게 취재해서 끝까지 완성해 내라.‘

어떠한 글쓰기 교본에서도 본 적 없는 현실적인 조언들은 정 작가의 위트 넘치고 직설적인 문장들에 담겨 그 자체로 문학 작품이 되었다. 웃기기도 슬프기도 한 인생의 경험들이 소설로 탄생하는 과정, 등단 없이 데뷔해 겪은 어려움과 황당하고 불쾌한 경험들까지, 다이내믹한 스토리들이 디테일한 묘사와 함께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소설을 쓰고 싶은 이들뿐 아니라,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빠져들어 읽을 수밖에 없는 글들은 소설보다도 흥미롭다.

작가 정진영은 2011년 장편소설 ‘도화촌기행’으로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침묵주의보’가 JTBC 드라마 ‘허쉬’, 장편소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가 KBS 라디오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장편소설 ‘젠가’와 ‘정치인’도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장편소설 ‘다시, 밸런타인데이’, 산문집 ‘안주잡설’을 썼다. 백호임제문학상을 받았다. 월급사실주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