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금융그룹 곽명우. 스포츠동아DB
역대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5전3선승제)에서 1·2차전을 잇달아 내준 팀이 시리즈를 뒤집은 사례는 없다. 3차전에서 반격에 성공한 사례는 2번 나왔다. 2011~2012시즌 대한항공과 2015~2016시즌 OK금융그룹이다. 다만 모두 4차전에서 져 고개를 숙였다. OK금융그룹은 8년 뒤 다시 한 번 ‘최초’에 도전한다.
OK금융그룹으로선 앞선 플레이오프(PO·3전2선승제)의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 특히 우리카드를 세트스코어 3-0으로 꺾은 PO 2차전의 경기력이 필요하다. 당시 OK금융그룹은 주포 레오에게 의존하지 않고 신호진, 송희채, 진상헌, 바야르사이한 등의 고른 활약을 앞세웠다. 이날 레오의 공격점유율은 30.43%로 정규리그(43.52%) 때와 큰 차이를 보였다. 세터 곽명우는 “결정적 상황에서는 레오가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할 때가 있지만, 미들블로커(센터)진의 속공과 사이드 공격수들이 잘해줘 좋은 기록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챔피언 결정전에선 다시 레오에게 기대는 경향이 짙었다. 2차전에서는 정규리그 때보다도 높은 44.58%에 달했다. OK금융그룹은 정규리그 당시에도 높은 레오 의존도 탓에 상대에게 수를 읽히기 쉽다는 우려를 샀다. 가장 중요한 무대인 챔피언 결정전에서 그 모습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오기노 마사지 OK금융그룹 감독도 “레오에게 기대는 경향이 있던 것 같다. 이 점에 대해서는 곽명우와 대화를 나눠야 할 듯하다. 다양한 공격 전개에 대해 의논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PO 때의 경기력만 회복하면 남자부 최초의 ‘리버스 스윕’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남자부에서야 전례가 없지만, 여자부에서는 지난 시즌 한국도로공사가 벼랑 끝에 몰렸다가 3~5차전 연승으로 새 역사를 썼다.
오기노 감독도 “우리에게 3경기가 남았다. 부족한 점을 메울 시간도 있다. 한 번 이기면 역전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1·2차전 패배 팀의 우승 비율이 0%라는) 숫자는 신경 쓰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