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닥터스, 가덕도신공항 예정지 대항리 주민 무료진료 펼쳐

입력 2024-04-21 18: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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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닥터스 봉사단이 지난 20일 부산 가덕도 대항마을 주민을 상대로 의료봉사 활동을 펼친 가운데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그린닥터스

그린닥터스 봉사단이 지난 20일 부산 가덕도 대항마을 주민을 상대로 의료봉사 활동을 펼친 가운데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그린닥터스

당국과 갈등 깊은 주민들, 대부분 스트레스성 고혈압 호소
어촌계 관계자, 봉사단에 ‘집단정착촌 의료 자료’ 문의도
그린닥터스재단(이사장 정근, 온병원그룹 원장)이 지난 20일 부산 온종합병원 의료진, 자원봉사자 등 봉사단원 50여 명과 함께 부산 가덕도 대항마을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펼쳤다고 밝혔다.

이날 의료봉사는 안과전문의인 정근 이사장을 비롯해 온종합병원 윤선희 이사장, 윤성훈 진료원장(정형외과 전문의), 정결 산부인과 전문의 등 의료진 4명과 온종합병원 간호부 간부진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그린닥터스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대항마을, 새바지마을, 외항마을 등 주민 60여 명에 대해 무료 진료를 펼쳤다.

마을주민 대부분은 평생 어로활동에 지친 어르신들로 대개 무릎관절, 척추, 어깨 등 정형외과 질환들을 호소했다.

의료봉사단에 따르면 다른 농어촌지역들과 비교해도 특이하게, 이날 임시진료소를 찾아온 대항 주민 대부분의 혈압이 정상치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대항마을 등 3개 마을이 가덕도신공항 부지에 포함되면서 연내 이주 문제로 정부와 갈등을 빚으면서 주민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 것 같다는 것.

이날 주민들은 약 처방과 함께 고급 비타민 수액과 물리치료를 받았다. 특히 봉사단에 동참한 온종합병원 인공신장실 배형규 간호사가 수액처방을 받고 있던 지친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즉석에서 노래 ‘황진이’를 부르기도 했으며 주민들은 밝은 표정으로 간호사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한편 이날 그린닥터스 봉사단은 봉사 현장인 가덕도 대항마을로 들어서면서부터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를 직감했다고 말한다.

그린닥터스 봉사단은 “봉사를 마치고 안타까움만 가득 안고 돌아와야 했다”며 “신공항 공사로 인해 조만간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하는 처지에 놓인 대항리 마을주민들과 당국 간 깊은 갈등의 골을 직접 확인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도로변에는 여러 주민단체의 주장을 담은 현수막들을 줄지어 내걸려 있었다. 현수막에서 주민들의 처절하고 격렬한 저항이 느껴졌고, 부산이라는 같은 울타리에서 사는 그린닥터스 봉사단원으로서도 마음 편히 지나칠 수 없게 했다”며 “주민들은 임시진료소에서도 서로 모여서 신공항 건설에 따른 이주 문제를 상의하느라 바빴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대대로 살아오던 삶터를 떠나는데, 보상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지금 우리가 꼭 보상금 때문에 이러는 건 아니다. 태어나서 늘 함께 살아가던 사람들이 고향인 이곳을 떠나면 모두 뿔뿔이 흩어질 테고 그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심정을 쉼 없이 토해냈다.

어촌계 관계자는 “공공개발로 인해 주민들이 이주해야 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았을 텐데, 혹시 집단 정착하는 사람들과 개별로 흩어진 사람들 간의 건강위험 요인을 분석한 의료자가 있지 않겠느냐”며 “꼭 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은 “이번 대항마을에서의 의료봉사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주민들의 말에 마음이 더 아팠다”며 “공공개발을 위한 주민들의 집단이주는 어쩔 수 없는 조치이지만, 물적 보상 말고도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하는 주민들의 아픈 마음을 돌보는 일도 정책적으로 배려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하고 향후 주민들과의 이주문제 논의 과정에서 당국의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부산 | 김태현 기자 localbu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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