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닥터스 케냐의료봉사단, 현지 한인 가발공장서 무료 의료봉사 펼쳐

40년 경력 의사 5명, 하루 3000명의 환자 돌봐
사나그룹 임원도 간호사·약사 적극 보조 나서

정근 이사장(맨 왼쪽)이 아프리카 케냐 마사이마라 등지로 파견해 아프리카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그린닥터스재단)

그린닥터스재단(이사장 정근)이 지난 12일 의사 5명을 포함한 15명의 봉사단을 아프리카 케냐 마사이마라 등지로 파견해 아프리카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50, 60대 중견의사 5명을 포함한 그린닥터스 케냐의료봉사단은 지난 13일 새벽 인천공항을 떠나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공항을 경유해 케냐 나이로비공항에 도착했다. 도착 직후 14일부터 곧바로 한인기업인 최영철 회장이 경영하는 사나그룹 가발공장으로 달려가 짐을 풀었다.

수도 나이로비 롱가롱가 로드 인근 사나그룹 마레바 공장에는 주로 케냐의 여성 근로자들 8000여명이 일하고 있었다. 나이는 젊은 20대에서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으나 20, 30대가 주를 이뤘다.

안과를 비롯해 가정의학과, 피부과, 내과, 정신과 등의 그린닥터스 임시 진료실에는 케냐 근로자들이 몰려들었다. 사나그룹에서 채용하는 과정에 건강 상태를 점검한 덕분인지 직원들은 심각한 질병들이 있지는 않았다.

안과전문의 정근 이사장은 “적도 부근의 케냐는 햇볕이 강한 데다 가발 염색약의 노출 탓인지 안구건조증이나 피부가려움증·두통 등을 호소하는 근로자들이 많았다”며 “장시간 서서 하는 작업이다보니 관절계통의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케냐는 아프리카에서 탄자니아 다음으로 경제개발에 성공적인 나라지만, 국민소득 2000달러로 우리나라 1970년 수준에 불과하다.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김상엽 박사는 “월 20만원의 급여로 최소 두 명 이상의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케냐 가정마다 적잖이 생활고를 겪고 있고 이 때문에 주부근로자들은 대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BTS의 나라 한국에서 의료봉사단이 찾아왔다는 이야기가 젊은 여성근로자들 사이에 SNS로 알려지면서 환자 3000여명이 몰려왔다.

진료를 받기 위해 줄 지어 서 있는 케냐 현지 주민들. (사진제공=그린닥터스재단)

빨리 치료받고 일터로 나가고자 이른 아침부터 현지 주민이 진료실 앞에서 400여명이나 줄지어 서 있었다.

정근 이사장을 비롯해 정종훈(가정의학과전문의), 김상엽(온종합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 박석주(인제의대 부산백병원 신장내과교수), 윤선희(온종합병원 이사장) 등 의사 5명은 구름 떼 환자들을 보고 당황스러웠으나 마치 근로자들을 자식인양 “마지막 한명까지라도 그냥 보내지 말고 그린닥터스에서 진료해 달라”고 읍소하는 바람에 이미 대기하고 있는 500명에다 대기실 밖 2000명까지 모두 대기실로 안내해 폭풍 진료에 돌입했다.

사나그룹도 그린닥터스 봉사단의 열정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최영철 회장이 직접 나섰고 앤젤스 직원들이 모두 환자접수나 약국에 배치돼 그린닥터스 봉사단의 통역을 자처하고 나섰다.

사나그룹 가발공장의 직원 자녀인  13살 어린이 등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는 초등학교 고학년생까지 통역에 나서 의료진의 진료를 도왔다.

1963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케냐는 아프리카 언어인 스와힐리어와 함께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어 그린닥터스 봉사단과는 대부분 영어로 소통할 수 있었다. 13살 꼬맹이가 스와힐리어밖에 모르는 어른들의 영어 통역을 도왔다.

엄청난 진료에 피로가 엄습했지만, 일의 리듬이 깨질 것을 우려해 점심도 거를 수밖에 없었다. 하루 7시간 동안 선 채로 진료하면서 단 이틀 동안 3000명의 케냐 주민을 진료했다.

그린닥터스 의료진뿐만 아니라, 박명순 사무총장, 강순영 이사, 윤지민 이사 등도 의사들의 처방에 따라 약을 분류하고 통역을 통해 일일이 복약지도까지 하는 등 숨 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정근 이사장은 “아프리카에서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봉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따뜻한 이미지를 심고 있다는 자부심에 피곤을 잊고 있다”며 “특히 이번 봉사를 위해 수개월에 걸쳐 케냐 사나그룹의 현지와 소통하면서 봉사 장소, 숙소준비 등을 준비한 그린닥터스 사무처 간부들과 현지 사나그룹 최용석 대표이사는 물론, 한국에서 의약품을 지원해 준 제약 및 의약품유통회사, 부산은행 등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추석 인사를 보내왔다.

한편 그린닥터스 케냐의료봉사단은 오는 23일까지 케냐 마사이마라 등에서 무료진료 및 왕진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부산 | 김태현 스포츠동아 기자 localbuk@donga.com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