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100명 진료… 거동 불편한 주민 왕진도 진행
의료대란에 지친 응급의학전문의, 현지 의사도 동참
의료대란에 지친 응급의학전문의, 현지 의사도 동참
그린닥터스재단이 지난 5일 거창군 사랑누리센터에서 무료진료를 펼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그린닥터스재단)
지난해 5월 경남 거제시 비진도에서부터 전국의 도서 오지나 의료사각지대를 찾아다니면서 시작된 그린닥터스의 왕진 봉사는 이번으로 열세 번째다.
그린닥터스 거창신원 의료봉사단에는 정근 이사장을 비롯해 온종합병원에서 응급센터 김선 과장과 한방센터 최철호 부원장(한의사), 거창읍에서 개원 중인 거창고려정형외과 총액자 원장 등 의사 4명과, 윤은희 수간호사 등 온종합병원 간호사 8명, 물리치료사 4명이 참여했다.
특히 이번 왕진봉사에는 현지 의사가 합류한 점이 눈이 띄었다. 부산대의대를 졸업하고 1991년 울산대병원에서 정형외과 전문의를 취득한 총액자 원장은 부산의 종합병원에서 잠시 봉직하고는 지난 1995년 거창읍에서 개원해 지금까지 지방의료를 지켜오고 있다.
그는 최근 3, 4년 전까지도 혼자서 응급환자까지 맡아왔다고 한다. 총액자 원장은 이날 그린닥터스의 신원 봉사에 참여하기 위해 자기 병원의 토요진료를 잠시 접고 자동차로 40, 50분 떨어진 신원까지 달려와 주민을 진료했다.
또 온종합병원 응급센터에서 근무하는 김선 과장도 하루 전날 24시간 응급실 근무를 마치고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곧바로 신원 의료봉사에 참여해 함께 간 자원봉사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총액자 거창고려정형외과 원장은 “그린닥터스의 부산 의사들이 자동차로 3시간이나 걸릴 만큼 멀리 떨어진 거창에까지 와서 의료봉사를 하는 데 감동받았고 동참했던 나도 보람찬 하루였다”며 “앞으로도 그린닥터스 활동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전했다.
총액자 원장은 이날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으로부터 ‘경남그린닥터스 창원지부 지회장’으로 임명됐다.
그린닥터스 신원봉사단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료에 들어가 점심시간까지 뒤로 미루며 100여명의 주민을 진료했다. 온종합병원 간호부도 임시진료실에 찾아온 주민 모두에게 고급 영양제 주사를 놔줬다.
정근 이사장 등 의사 4명은 거동이 불편해 임시진료실까지 올 수 없는 주민 2명에게 왕진 서비스에 나섰다.
거창학살사건 희생자 유족이라는 박모씨(79, 여)는 “부산 사람들이 멀리 떨어진 거창 신원까지 직접 찾아와서 의료봉사를 해주니 감사하다“면서 ”더군다나 나처럼 움직이기 힘든 사람은 집까지 직접 찾아오셔서 아픈 데를 봐주니 눈물이 나려고 한다”며 연신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국전쟁 이듬해인 지난 1951년 2월 거창 신원에서는 우리 군이 빨치산 토벌을 빌미로 이곳 주민 719명을 무참하게 학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 발생 73년이 지났으나 ‘거창양민학살사건’ 희생자들은 명예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신원면 과정리에 있는 ‘거창사건 추모공원’에 안치돼 있는 당시 희생자 묘역에는 두 살배기도 있다.
719명 가운데 15세 이하 어린아이가 359명이나 달했다고 한다. 이날 신원면 주민으로부터 ‘거창사건’ 진상을 들은 그린닥터스는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여론 조성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박명순 그린닥터스 사무총장은 “그린닥터스 봉사단의 도서 벽오지 봉사소식을 전해 들은 현지 의료인들이 ‘어떻게 하면 동참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내년 유엔 산하의 봉사기관단체 등록을 추진하는 그린닥터스는 앞으로도 개방된 자세로 의료인뿐만 아니라 사회공헌 활동에 관심 있는 세계인의 적극적인 회원 동참을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그린닥터스는 지난해 5월 5일부터 경남 거제시 비진도를 시작으로, 산청 홍계, 남해 항촌, 하동 청학동, 사천 신수도, 밀양 단장, 전북 남원, 경남 거창, 부산 시내 부산진구 신선마을, 동구 안창마을, 북구 무지개요양원, 동래애광원, 가덕도 등 13곳에서 의료봉사와 왕진봉사를 실시했다.
부산 | 김태현 스포츠동아 기자 localbu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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