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김윤수가 1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와 PO 2차전 7회초 2사 만루 위기를 넘긴 뒤 기뻐하고 있다. 대구|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올해 가을야구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히든카드로 떠오른 우완투수 김윤수(25)에게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보낸 1년 6개월은 멘탈을 단단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입대 전까지 4년간(2019~2022년)은 시속 150㎞대 중반의 강속구를 지니고도 탈삼진(107개)/볼넷(80개) 비율이 좋지 않았던 까닭에 마음고생이 컸고, 확실한 보직도 얻지 못해 갈팡질팡했다. 2020시즌 61경기에서 3승5패12홀드, 평균자책점(ERA) 4.66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인정받은 뒤 2년간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한 채 입대했다.
입대 직후에는 팔꿈치 수술을 받아 2023년은 재활에만 매달렸다. 올해는 전역 이전까지 퓨처스(2군)리그 14경기(선발 13경기)에 등판해 ERA 2.43을 기록했다. 군 생활을 하며 매사에 차분한 마음가짐을 갖자는 자신과 약속도 지켰다. 그는 “내가 원래 흥분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며 “군 생활을 하면서 긴장이 되더라도 최대한 빠르게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야구하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섰다”고 털어놓았다.
마운드 위에서 마음가짐 또한 180도 달라졌다. 김윤수는 “과거에는 불리한 카운트에서 계속 볼이 늘어나다 보니 많이 불안한 측면이 있었다”며 “상무에서 선발투수로 나서면서 볼넷을 내줘도 무조건 실점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삼진을 잡으면 되고, 땅볼을 유도해서 병살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오르니 볼넷을 내줘도 그렇게 불안하진 않더라”고 말했다.
전역(7월 15일) 직후에는 그 효과가 바로 나타나진 않았다. 올 시즌 첫 1군 등판이었던 7월 17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선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4볼넷으로 4실점했다. 이튿날 1이닝 1안타 무4사구 무실점으로 전날의 부진을 만회했지만, 곧바로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9월 24일 1군에 복귀하기까지 2개월간 조정기를 거쳤다.
정규시즌 성적(4경기·ERA 10.13)만 고려하면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엔트리 합류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러나 9월 들어 밸런스가 한결 나아지고, 정신적으로도 단단해진 덕분에 2021년에 이어 또 한번 가을야구 무대를 밟게 됐다.
삼성의 선택은 적중했다. 김윤수는 PO 2경기에서 아웃카운트 1개씩을 책임지며 2홀드를 따냈다. 결정적 상황에서 상대의 추격 흐름을 끊는 스토퍼 역할을 100% 수행했다. 13일 1차전 때는 7-4로 쫓긴 7회초 2사 1·2루에서 LG 4번타자 오스틴 딘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포효했다. 15일 2차전에서도 6-1로 앞선 7회초 2사 만루 위기를 유격수 땅볼(오스틴)로 넘겼다. “어떻게든 중요한 상황을 막고 짜릿함을 계속 느꼈으면 좋겠다”는 김윤수의 가을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