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란히 트랙을 질주하는 임채빈(흰색)과 정종진(노란색). 경륜 2강 체제를 구축한 두 선수의 경쟁은 최근 정종진이 상승세를 타면서 임채빈으로 가울어졌던 판세를 다시 팽팽하게 만들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그랑프리 5회 우승의 정종진과 지난해 전승 우승의 신화를 쓴 임채빈은 2021년부터 2강 체제를 형성하고 경쟁을 펼쳤다. ‘경륜의 살아있는 전설’ 임채빈, ‘경륜 황제’ 정종진의 맞대결이 열리는 날에는 ‘이번에도 임채빈이냐, 이번에는 정종진이냐’를 두고 추측이 엇갈렸다.
사실 이번 대회 전까지 판도는 임채빈에게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상대 전적에서 임채빈이 6승 1패로 앞섰고, 4월 대상 경륜에서 정종진이 임채빈을 꺾은 이후 5회 연속으로 패하자 ‘임채빈의 1인 독주체제 시대가 열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87년생인 정종진에게는 에이징 커브(운동능력이 저하되어 기량이 하락하는 노화 곡선)의 위험이 언제든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선급 경주에서 우승한 정종진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현재 정종진은 승률 87%를 기록하고 있으며, 연대율은 98%에 달한다. 입상권에 못 든 경우는 2월 대상 경륜 4착을 기록한 것이 유일하다. 임채빈의 승률 92%, 연대율 100%와 큰 차이가 없는 뛰어난 성적이다.
또한 그랑프리 4연패를 달성하며 ‘경륜 황제’로 군림했던 2016년부터 2019년까지의 본인 기록과도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연대율은 올해가 더 높고, 2016년과 2018년은 입상권 밖으로 4번이나 밀렸지만 올해는 임채빈과 8차례나 맞대결을 펼쳤음에도 단 한 차례만 입상권에 들지 못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기세다.
물론 10월 대상 경륜의 결과만 놓고 정종진이 임채빈을 따라잡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임채빈은 2주 연속으로 출전해 피로가 누적된 탓인지 이번 대상 경륜에서는 금요일 예선부터 평소보다 종속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결승선을 통과한 후 자신의 페이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멋쩍은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경주 출전을 위해 출발대로 향하는 임채빈. 올해 3패나 기록하면서 예년과 같은 절대강자의 이미지가 조금 약해진 모습이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