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박태하 감독이 11월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에서 3-1로 승리한 뒤 감독상을 받았다. 상암|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포항 박태하 감독이 11월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에서 3-1로 승리한 뒤 감독상을 받았다. 상암|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포항 스틸러스는 늘 위기에 강했다. 창단 이래 지난 51년간 숱한 고비를 맞았지만, 특유의 저력으로 극복했다.

11월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울산 HD와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에서도 포항의 저력이 빛을 발했다. ‘하나은행 K리그1 2024’에서 리그 3연패를 달성한 울산을 맞아 연장 혈전 끝에 3-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포항은 1996, 2008, 2012, 2013, 2023년에 이어 통산 6번째 코리아컵을 거머쥐었다. 전북 현대, 수원 삼성(이상 5회)을 따돌리고 역대 최다 우승 단독 1위다. 2연패를 달성한 구단도 포항과 전남 드래곤즈(2006·2007년), 수원(2009·2010년)뿐이다.

박태하 포항 감독(56)에게도 의미 깊은 우승이다. 선수 시절 1991년부터 2001년까지 포항의 ‘원 클럽 맨’으로 활약한 그는 올해 처음 포항 지휘봉을 잡아 초반 선전을 거듭했다. 아쉽게 6위로 리그를 마치고, 2024~20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엘리트에서도 고전하고 있지만 코리아컵 우승으로 활짝 웃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2025~2026시즌 ACL2 티켓을 확보했다. 한때 창단 첫 리그 6연패에 빠지며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듯했지만, 기어이 코리아컵 우승 타이틀을 따낸 박 감독의 입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박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1996년 FA컵(현 코리아컵) 우승을 차지했지만,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지역예선에 (대표팀으로) 차출된 기간 팀이 우승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감독으로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게 선수시절보다 훨씬 행복하다”고 말했다.

시즌 내내 전술가로서 면모를 뽐냈다. 어정원, 이동희, 김동진 등 기대가 적었던 선수들을 키워내 파이널 라운드 그룹A(1~6위)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날 울산과 결승전에서도 완델손(브라질)의 위치를 시시각각 윙포워드, 풀백, 공격형 미드필더로 바꾸는 유연한 전술로 승리를 낚았다.

그러나 박 감독은 선수들과 팬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제 몫을 한 김인성과 신광훈 등 베테랑들은 물론 부상자가 속출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에게 고맙다. 팬들의 사랑과 응원 역시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이제는 전인미답의 코리아컵 3연패를 노린다. 박 감독은 “비시즌 동안 준비를 잘해서 기록(3연패)을 달성하고 싶다. 리그에서도 올해보다 더 좋은 성적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