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무고사는 올 시즌 K리그 첫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하고도 웃지 못했다. 다음 시즌 팀의 K리그1 승격을 위해 200% 노력하며 유망주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 뿐이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하나은행 K리그 2024’가 막을 내렸다. K리그1·2의 타이틀 수상자들은 웃으며 비시즌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 공격수 무고사(32·몬테네그로)는 커리어 첫 득점왕을 수상하고도 웃지 못했다. 팀의 최하위(12위) 추락과 창단 첫 K리그2 강등을 막지 못한 자책감 때문이다.
무고사는 자타가 인정하는 K리그 최고 골잡이다. 2018시즌 인천에 입단한 그는 7시즌 동안 176경기에서 86골·12어시스트를 기록, 구단 역대 최다 득점자에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에도 전 경기(38경기)에 출전해 15골·1어시스트를 쌓아 건재를 과시했다.
그러나 무고사는 득점왕 트로피를 들고도 표정이 어두웠다. “내가 2012시즌 K리그 승강제 시행 이후 처음으로 강등팀에서 배출한 득점왕이라고 들었다. 타이틀과 팀의 잔류를 바꿀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고 싶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무고사는 인천을 ‘내게 모든 것을 준 곳’이라고 말한다. 그는 “인천 입단 첫 시즌부터 환대를 받으며 오래 뛰었다. 인천에서 딸 루시아(5)와 아들 스테반(3)도 태어났으니 이곳은 제2의 고향이다”며 “팀의 강등을 슬퍼하면서도 내 득점왕 수상을 축하해 준 구단 구성원들과 팬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하다”고 밝혔다.
그는 강등의 아픔을 잊고 앞만 바라본다. 현재 인천은 정식 대표이사 선임과 선수단 정리 등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다음 시즌 창단 첫 K리그2 무대를 준비해야 한다. 무고사의 거취 역시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는 “나는 인천과 함께라면 어디든 좋다. K리그1 승격을 위해서라면 동료들과 함께 기존 노력 대비 200%를 해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골키퍼 민성준(25), 수비수 김건희(22)와 최우진(20), 공격수 박승호(21) 등 유망주들의 성장에도 도움을 주겠다는 의지다. 무고사는 “우리 팀엔 향후 한국축구대표팀에 승선할 만한 잠재력을 가진 유망주들이 많다. 이번 동계훈련에선 더 적극적으로 선수들을 도울 것”이라며 “많은 분들이 나를 인천의 레전드라고 불러준다. 50년 후에도 레전드로 기억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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