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한미약품, 실적 들여다보니 3분기 영업이익 -11.4%, 순이익 -42.3%
부진한 실적에도 ‘역대최고 매출’ 자랑으로 주주 눈 가리기
주가도 올 초 37만원대서 20만원대로 내려앉은 지 오래
횡령, 배임 등으로 고발까지 당해 오는 19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해임 결의 유력할 듯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가 독자경영에 나선 이후, 실적하락에 횡령과 배임 고발은 물론, 일부 대주주의 입맛에 맞는 경영을 펼치며 회사 미래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19일 한미약품 임시주총을 소집했고, 박재현 대표와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의 해임 안을 다루기로 했다. 박 대표가 취임 후 OCI매각에 앞장서고, 이른바 3자연합(신동국, 송영숙, 임주현)이라는 대주주 집단을 위한 활동에만 몰두해 본연의 대표이사로서 경영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룹차원에서 목표로 하고 있는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한미약품을 성장시키기에는 여러모로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박재현 대표, 본업 망각하고 경영권분쟁에 올인… 한미약품 3분기 순이익 42.3% 폭락

박재현 대표이사는 30년간 한미약품 그룹에 몸담은 인물이다. 제제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해 팔탄공장장과 제조부문장을 역임하며 주로 제조 및 품질, 생산 분야에서 일했다. 박 대표는 임주현 부회장이 라데팡스와 함께 지주사 전략기획실 중심으로 회사를 경영하던 지난해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취임 첫 해 매출 1조4,909억원, 영업이익 2,207억원, 순이익 1,593억을 달성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본인의 경영능력이 반영되기 시작한 취임 1년차 이후부터 회사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취임 후 만 1년을 넘긴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0.7%, 11.4% 줄어든 3,621억원, 510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전년비 42.3%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350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실적하락과 더불어 주가 또한 12월 11일 기준 25-6만원대로, 올해 1월 초 37만원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20%이상 크게 하락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실적과 주가를 대표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기는 무리가 있으나 사업에 집중해야 할 대표가 본업보다 매각, 그룹 경영권분쟁 등의 최전선에 앞장서 목소리를 내는 것도 문제라고 보고 있다.

부진한 실적에도 ‘역대최고 매출’, ‘용비어천가식 업적 찬양’으로 주주 눈 가리기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큰 폭의 마이너스로 돌아섰음에도 한미약품은 ‘역대 최대 매출’이라며 자화자찬식 박재현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3분기 실적과 관련해 여러차례 경고성 보고서가 나왔지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모양새다.

한미약품은 3분기만에 누적 매출이 1조1,000억원을 돌파했다고 대대적으로 알렸지만 조금만 확인하면 이마저도 지난해 동기간 대비 증가율은 7%로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특히, 매출을 이끈 원동력으로 꼽히는 제품은 로수젯, 아모잘탄 등으로 박 대표 취임 이전의 성과일 뿐이다.

이에 관련업계는 한미가 저력있는 회사이고, 탄탄한 영업력을 보유하고 있어 최근의 내부 불안에도 나름 선방하고 있지만 앞날이 크게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박재현 대표는 OCI매각과 경영권 분쟁의 중심 이미지가 크다”며 “다른 모든 제약사 최고경영층들이 연구개발, 영업, 마케팅에 발이 닳도록 뛰고 있는데, 현장에서 박 대표 소식을 들어본 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빈약해진 연구개발 파이프라인도 큰 위협으로 꼽힌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한미가 신약개발과 관련해서는 비만에 올인 한 느낌”이라며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미 시판에 들어갔고, 한미는 빨라야 2026년이라는데 과연 시장에 설 땅이 남아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 경영 정상화 위해 박 대표 해임키로… 19일 임시주총에서 의결권 행사

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박재현 대표가 한미약품을 이끄는 데 여러모로 무리가 있다고 판단, 오는 19일 임시주총에서 해임을 시도한다. 일부 대주주의 지시는 열심히 따르는 한편 회사 전체 경영에는 소홀히 하고 있고, 앞으로 그룹사가 지향할 한미약품의 글로벌화에도 적임자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대표 취임 후 이뤄진 경영 행위에서 횡령 및 배임혐의가 짙은 내용까지 파악돼 지주사에서는 해임과는 별개로 고발까지 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일부대주주, 특히 업계 문외한의 박 대표에 대한 간섭 및 지시가 잦아지며 기업 본연의 가치가 훼손되고 주가에도 악역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 이라며 “지난 30여년간 기여했던 제조 및 품질관리, 생산 등에서 전문성을 발휘해야지 일부 대주주가 인정한다고 대표이사로서 자격이 있고 잘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19일 예정돼 있는 한미약품 임시주총에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신동국 한미약품 기타비상무이사를 해임하는 안건이 다뤄진다. 한미사이언스는 지주사로서 한미약품 지분 41.4%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로 다음은 국민연금 9.43%, 신동국 7.72%, 소액주주 39.1%등의 순이다.

한미약품의 임시주총은 지난 10월 23일 송영숙 그룹 회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지주사 이사회에서 한미약품 이사회 개임(해임, 재선임)의 필요성과 한미약품 임시주총 소집 청구 철회 여부에 대해 논의를 마쳤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당시 송 회장이 주장한 모든 내용에 대해 적법한 표결 절차를 거쳤고 부결 결정을 내렸다. 때문에 다가오는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서 지분 41.4%의 의결권을 사용하는 것에 법적 절차적 흠결이 없는 상황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