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 기업들이 ‘인공지능(AI)홈’을 확장한다. 일상 속 여러 상황에서 개인화에 초점을 맞춘 구체적인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는 한편, 자동차 등 다양한 공간으로 AI의 영역도 넓히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서도 이같은 변화가 뚜렷하게 보였다.

●“‘스마트싱스’ 산업 전반 확장”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인 ‘스마트싱스’를 통한 기기 연결 경험 전반에 AI 기술을 통합해 초개인화된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홈AI’ 비전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홈AI’는 일상 생활은 물론 업무와 여가 등 다양한 상황과 패턴을 구분하고 이해 할 뿐 아니라, ‘공간AI’를 통해 집안 사물과 공간까지 분석해 사용자에게 고도화된 솔루션을 제안한다. 공간AI 기반 ‘스마트싱스 앰비언트 센싱’ 기술을 적용하면 연결 기기들을 통해 사용자의 기기 사용 패턴 뿐 아니라 움직임과 주변 소리까지 감지∙분석해 상황에 맞춰 집안 정보 요약, 조치가 필요한 상황 알림, 기기 제어 제안 등을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홈AI 전반에 AI 음성 비서 ‘빅스비’를 적용해 사용성을 높일 예정이다. 업그레이드된 빅스비는 가족 구성원의 목소리를 구별할 수 있어, 개개인에게 맞춰진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삼성의 통합 소프트웨어 경험인 ‘원UI’를 모바일에서 TV, 가전까지 적용해 제품 간 시너지도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집을 넘어 자동차와 선박,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는 ‘스마트싱스’의 가능성도 소개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차그룹 등 파트너들과의 협업 사례를 공개했다. 삼성중공업과는 ‘선박용 스마트싱스’를 적용한 선박 솔루션을 처음 선보였다. 선원들은 ▲선박 운영 시스템을 한 눈에 확인∙관리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위한 에너지 통합 관리 ▲비정상 활동 지속 모니터링 등 선박 내 환경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과 협력한 ‘차량용 스마트싱스’도 선보였다. ▲차량의 위치를 찾는 ‘스마트싱스 파인드’▲차량 탑승 전 스마트싱스를 통해 차량 상태 확인∙원격 제어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한 집안의 가전기기 원격 제어 ▲가정용 카메라의 모션 감지 알림 확인∙실시간 영상 확인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스마트싱스’를 사무실∙호텔 등 상업용 건물은 물론 학교와 다중주거시설 등 다양한 건물로 확대 적용하는 ‘스마트싱스 프로’도 선보였다.  AI 기반으로 에너지를 통합 관리하고, 유지∙보수가 필요한 설비를 원격으로 관리∙운영하는 등 입주자와 관리자가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건물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AI B2B(기업간 거래) 솔루션이다.

●“다양한 공간에서 AI 실체화”

LG전자는 CES에서 한 가족의 하루를 보여주는 짧은 일상극을 통해 AI가 다양한 공간에서 실체화되는 구체적인 모습을 공개했다. 소비자가 잠에서 깬 아침에는 온디바이스 AI허브가 “지난 밤 기침 소리가 들려 방의 온도를 높였다”며 컨디션에 맞춰 밤새 실내 온도를 조절한 사실을 알려준다. 또 “오후에는 특별한 일정이 없는데, 어머니가 예약한 병원 정기검진에 함께 가는 것은 어떤지”같이 단순히 사용자의 일정을 확인하는 것뿐 아니라 주변 상황을 고려해 새로운 일정까지 제안해준다.

LG전자의 AI홈은 집안에서 머물지 않는다. AI 인캐빈 센싱(운전자 및 차량 내부 공간 감지) 솔루션은 운전자가 매일 챙기던 커피 텀블러를 놓고 탑승한 것을 인식하고, “가는 길에 카페에 들러 커피를 사겠냐”고 제안한다. 또 운전자 생체신호 변화를 감지해 “오후 회의를 앞두고 긴장해서 심박수가 올라간 것 같다”며 편안한 음악도 재생해준다. 또 앞쪽에서 차 사고가 있으니 다른 길로 우회할 것을 제안하거나 교통 체증으로 미팅 시간에 늦을 것 같으니 차량 내부에서 화상회의를 진행할 것도 제안해준다.

LG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전략적 파트너십도 발표했다. LG전자가 집, 차량, 상업용 공간 등 다양한 공간에서 보유한 제품과 얻게 되는 고객 인사이트에 MS의 AI 기술을 결합해 공감지능 통합 서비스를 구현하며 혁신을 주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집 안에서부터 차량, 호텔, 사무실 등에 이르는 다양한 공간에 활용되는 AI 에이전트 개발 및 고도화에 협력하기로 했다. 

한편 LG전자는 전세계 수억 대에 달하는 스마트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스마트홈 플랫폼 기업 앳홈을 인수하며 전 세계 170개 이상 IoT 기기 브랜드들과도 연결성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AI 에이전트로는 AI홈의 두뇌 역할을 하는 ‘LG 퓨론’을 더욱 진화시켜 나간다.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에 실시간 공간 센싱과 고객별 생활 패턴 데이터를 결합한 ‘퓨론’은 고객의 상황과 맥락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기와 서비스를 제어한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