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선수들이 18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대한항공에 져 정규리그 1위 확정이 미뤄지자 아쉬워하고 있다. 천안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18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대한항공에 져 정규리그 1위 확정이 미뤄지자 아쉬워하고 있다. 천안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조금 억울할 만도 하다. 다른 팀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시즌 내내 압도적이었고, 많이 패하지도 않았는데 외부에선 의구심을 드러내며 ‘위기론’을 언급한다. V리그 남자부의 ‘절대 1강’ 현대캐피탈을 향한 시선이다.

현대캐피탈은 18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 5라운드 홈경기에서 대한항공에 세트스코어 1-3으로 졌다. 이기면 2017~2018시즌 이후 7시즌만의 정규리그 정상 탈환이 가능했던 현대캐피탈은 불의의 일격을 맞고 주춤했다.

물론 여전히 우승 가능성이 매우 크다. 25승4패, 승점 73으로 2위 대한항공(18승11패·승점 55)에 넉넉히 앞서있다. 22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릴 우리카드와 원정경기에서 이기면 챔피언 결정전으로 직행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이 남은 7경기를 전패하는, 정말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대한항공의 1위 탈환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돈다. 이유는 딱 하나다. 현대캐피탈이 5라운드 들어서만 2패를 떠안고, 그 상대가 대한항공과 3위 KB손해보험(19승10패·승점 53)이었다는 점에서다. 현대캐피탈은 5일 의정부 경민대 기념관에서 KB손해보험에 0-3 완패한 뒤 2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고는 대한항공에 패했다. ‘봄배구’에서 마주칠 것이 유력한 상대들을 맞아 현대캐피탈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아킬레스건이 드러난 것은 사실이다. 대한항공도, KB손해보험도 현대캐피탈의 강점인 서브에 잘 대비했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리시브 라인 파괴에 주력했다. 특히 외국인 주포 레오를 향한 목적타 서브로 현대캐피탈의 원활한 공격 전환을 방해한 게 주효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격돌할 후보들과 시즌 전적에서 1패 대신 4승에 의미를 부여한다. 대한항공과 KB손해보험은 정규리그 4라운드까지 현대캐피탈을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게다가 현대캐피탈은 6라운드를 여유롭게 운영할 수 있어 훨씬 유리한 상황이다. 또 상대의 예상 전략도 확인한 터라, 이에 더 대비하면 된다.

조금 예민한 시기에 패한 것은 아쉽지만,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적절한 타이밍의 적당한 패배”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전을 마친 뒤에는 “선수들이 이 패배로 무엇을 느꼈는지 묻겠다”며 철저한 리뷰를 예고했다.

현대캐피탈은 ‘내부의 적’에 주목한다. 이미 파악된 상대의 전력을 연구하는 것보다는 빅매치가 주는 긴장감과 오랜 시간 닿지 못한 우승에 대한 부담을 극복하는 게 먼저다. 지기(知己)가 지피(知彼)보다 우선인 현대캐피탈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