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 야쿱은 최근 팀에 완전히 녹아들며 공수에서 팀을 지탱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제주도에서 열린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에 초청받지도 못했지만, 라미레스 남자배구대표팀 감독의 적극적 추천으로 V리그에서 기회를 잡았다. 스포츠동아DB

KB손해보험 야쿱은 최근 팀에 완전히 녹아들며 공수에서 팀을 지탱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제주도에서 열린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에 초청받지도 못했지만, 라미레스 남자배구대표팀 감독의 적극적 추천으로 V리그에서 기회를 잡았다. 스포츠동아DB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은 지난 시즌 맛본 창단 첫 최하위(7위)의 수모를 올 시즌 말끔히 씻어냈다. 정규리그 종료까지 7경기를 남겨두고 19승10패, 승점 53으로 3위다. 4위 우리카드(14승15패·승점 40)와 격차가 제법 커 3시즌만의 ‘봄배구’ 진출은 유력하다.

최근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야쿱(31·바레인)까지 적응을 마치며 더욱 강해졌다. 야쿱은 비교적 단신(187㎝)임에도 뛰어난 배구 센스를 앞세워 순식간에 KB손해보험의 핵으로 거듭났다. 지난달 16일 OK저축은행전(3-2 승)에서 데뷔해 8경기 26세트 동안 98점, 공격 성공률 50.60%, 리시브 효율 30.36%를 기록하며 공·수에서 팀을 지탱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제주도에서 펼쳐진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에 초청받지도 못했던 사실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활약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트라이아웃 신청인원이 31명 이상일 경우, 각 구단으로부터 선호 선수 30명이 담긴 명단을 받는다. 명단을 통해 선호도 순위를 매겨 30위까지 트라이아웃에 초청하는데, 당시 야쿱은 30위 안에 들지 못했다. V리그와 야쿱의 인연은 거기까지인 듯했다.

그러나 인연은 우연히 맺어졌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말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브라질·현 남자배구대표팀 감독)의 선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야쿱을 주목했다. 당시 라미레스 감독은 아시아쿼터 자원을 물색하던 KB손해보험에 야쿱을 추천했다. 과거 바레인남자대표팀에서 야쿱을 지도했던 라미레스 감독은 그가 V리그에서 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비록 라미레스 감독의 선임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KB손해보험은 야쿱을 믿어보기로 했다. 마침 지난해 한국-바레인의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 준결승(3-0 바레인 승)에서 야쿱과 맞붙어본 미들블로커(센터) 차영석까지 그의 영입을 지지하면서 더욱 확신을 얻었다. 이쯤 되면 야쿱과 KB손해보험의 인연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다.

야쿱이 제 몫을 하는 덕분에 KB손해보험은 더 이상 선두 현대캐피탈, 2위 대한항공과 맞대결이 두렵지 않다. 레오나르도 아폰소 KB손해보험 감독은 “야쿱이라면 봄배구 무대에서도 상대의 강서브와 블로킹 라인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야쿱도 “지금처럼 연승을 즐기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