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민. 사진제공|키움 히어로즈

하영민. 사진제공|키움 히어로즈



키움 히어로즈는 2024시즌 최하위(10위)였지만, 선발진은 어느 정도 경쟁력을 보였다. 아리엘 후라도(현 삼성 라이온즈)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현 KT 위즈)가 확실히 중심을 잡아줬고, 하영민(30)이 그 뒤를 받쳤다. 팀 선발진 평균자책점(ERA) 4위(4.64)에 오른 데는 이들의 공이 상당했다.

그러나 키움은 2024시즌 후 후라도, 헤이수스와 재계약하지 않았다. 외국인타자 2명(야시엘 푸이그·루벤 카디네스)을 영입해 공격력을 강화하는 쪽을 택했다. 외국인투수는 케니 로젠버그 한 명이다. 국내투수 중 한 명이 로젠버그와 원투펀치를 이뤄야 하는데, 지난 시즌 실적을 남긴 하영민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하영민은 2024시즌 28경기에 선발등판해 9승8패, ERA 4.37(150.1이닝 73자책점), 101탈삼진, 58볼넷의 성적을 거뒀다. 2014시즌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이닝을 채웠고, 10승에도 도전했다.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상황에서 4차례나 불펜의 부진으로 승리를 놓친 불운을 고려하면, 첫 선발 풀타임 시즌의 성과는 고무적이다. 개막 이전 선발로테이션 진입 여부조차 불확실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2024년은 분명 기억에 남을 만한 시즌이다.

지난해 8000만 원이었던 연봉도 올해 1억6500만 원으로 2배 넘게 뛰었다(인상률 106.3%). 억대 연봉도 데뷔 후 처음이다.

그만큼 2025시즌을 준비하는 그의 어깨가 무겁다. 이제는 다른 선발투수들을 뒷받침하는 역할보다 중심을 잡아야 하는 쪽에 더 가까워졌다. 토종 에이스라는 책임감까지 짊어진 것이다. 무엇보다 로젠버그와 하영민이 원투펀치로서 버텨줘야 다른 선발투수들의 부담 또한 최소화할 수 있다. 그의 어깨에 팀 선발진의 운명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 1차 스프링캠프를 성공적으로 마친 하영민은 대만 가오슝 2차 캠프에서 중신 브라더스, 라쿠텐 몽키스, 타이강 호크스, 웨이취안 드래곤즈 등 대만프로야구(CPBL) 대표 구단들과 연습경기에 등판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