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리경정장에서 출전 선수들이 1턴 마크를 돌며 경합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미사리경정장에서 출전 선수들이 1턴 마크를 돌며 경합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경정에서 입상 여부를 가리는 큰 요소로는 선수의 기량, 모터 등이 있다.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가 바로 코스다.
현재 경정은 배정받은 배번 그대로 코스에 진입하여 경주를 펼치는 고정 진입 방식으로 레이스를 운영한다. 그래서 선수의 기량과 모터의 성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코스의 이점을 활용해 입상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기량이 뛰어난 강자도 코스의 불리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쉽게 무너지는 때도 있다.

경정은 6명이 경주를 펼치는데 통상 1~2번을 인 코스, 3~4번을 센터 코스, 5~6번을 아웃 코스로 나눈다.  지난해 코스별 승률을 살펴보면 1코스(37.4%), 2코스(22.8%), 3코스(16.3%), 4코스(12.4%), 5코스(7.7%), 6코스(3.4%)로 인 코스 승률이 60%를 넘는다. 올해도 초반 경주 양상이 비슷하다. 그래서 선수들은 인 코스를 배정받은 경주에서 과감한 승부수를 띄우는 경우가 많다. 
올 시즌 인 코스 출전 5번의 경주를 모두 승리한 김완석(10기, A1)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올 시즌 인 코스 출전 5번의 경주를 모두 승리한 김완석(10기, A1)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거의 모든 정상급 강자는 인 코스에서 입상에 성공하고 있다. 현재 10승을 거두며 다승 단독 선두인 김완석(10기, A1)은 1~2코스 출전한 5번의 경주에서 우승했다. 신인급 중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는 정세혁(15기, A2)도 4회의 인 코스 출전 경기를 모두 우승했다.

 3~4번 센터 코스에 출전한 선수의 승률은 30% 내외다. 입상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빠른 출발을 앞세워 인 코스 선수를 휘감기(바깥 선수가 안쪽 선수를 밀어붙이는 식으로 선행하여 앞을 스치듯이 선회하는 방법)로 제압하거나, 인 코스 선수의 빈틈을 파고들며 찌르기(턴마크에서 안쪽 선수가 선회할 때 바깥쪽 선수가 안쪽으로 치고 들어가 제치는 방법)로 입상에 성공하고 있다.
출발에 강점이 있는 선수들은 휘감기를 선호하고, 체중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여자 선수들은 주로 찌르기로 입상하는 편이다.
아웃 코스에 강한 김민준(13기, A1). 지난해 5,6코스 승률이 30%를 웃돌았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아웃 코스에 강한 김민준(13기, A1). 지난해 5,6코스 승률이 30%를 웃돌았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마지막으로 승률 10% 내외 수준의 아웃 코스는 어떤 선수도 입상을 장담하기 쉽지 않은 코스다.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출발 감각이 좋아지고 있어 아웃 코스 선수들이 휘감기 전법을 사용해 입상하는 경우가 갈수록 드물게 나오고 있다. 찌르기 전법도 진로가 막힐 가능성이 높다. 휘감아 찌르기(먼저 센터 코스의 선수를 휘감아 두고 다음으로 들어오는 인 코스 선수의 안쪽을 찌르는 전법)가 아웃 코스에서 입상 확률이 가장 높은 전법이다.
그런데 휘감아 찌르기를 성공하려면 일단 출발에서 뒤처지지 않아야 하고, 턴 마크에서 빠른 속력을 유지하는 선회 능력도 갖춰야 한다. 어느 정도 모터의 성능 또한 받쳐주어야 한다.

 심상철(7기, A1), 김민준(13기, A1), 조성인(12기, A1) 같은 정상급 강자들이 대체로 아웃 코스 기록이 좋은 편인데, 특히 김민준은 지난해 5, 6코스 승률 30% 이상의 성적을 기록할 정도로 아웃 코스에 특화된 강자이다.

경정 전문가들은 “선수들이 자신의 경주방식에 맞는 주력 코스가 있고, 그 코스를 배정받은 경주라면 평소보다 강한 집중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선수들의 주력 코스를 미리 숙지한다면 경주 추리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