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양의지(가운데)가 포수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두산 양의지(가운데)가 포수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양의지(38)는 현역 최고의 포수다. 기민한 리드로 투수의 강점을 끌어내고, 팀의 승리 확률을 높인다. 4번타자를 맡아도 손색없는 공격력까지 겸비했다. 2차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으로만 총 277억 원의 거액을 챙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올해는 두산 유니폼을 입고는 처음 주장을 맡았다. 어찌 보면 새로운 도전이다. 풀타임 첫해였던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두산의 정규시즌(2016·2018년)과 한국시리즈(KS·2015·2016년) 우승을 2차례씩 이끌었고, NC 다이노스 시절(2019~2022년)에도 2020년 정규시즌-KS 통합우승을 이끈 바 있다. NC에서 주장을 맡은 바 있으나, 두산에선 처음이다. 구단이 양의지에게 주장직을 제안하며 했던 말도 간단했다. “한번 할 때 되지 않았냐.”

주장 역할을 허투루 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는 “과거에는 내가 할 일과 포수 파트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팀 전체적으로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두산의 2차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미야자키에서도 ‘살아있는 교과서’로 통한다. 후배 포수 류현준(20), 박민준(23)과 함께 훈련할 때마다 직접 시범을 보이며 자세를 잡아주기도 한다. 땀이 비 오듯 흘러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현역 최고의 포수이자, 주장의 책임감이다. 그는 ‘살아있는 교과서’라는 말에 손사래를 치며 “조인성 배터리코치님이 열심히 지도해주신 덕분에 젊은 포수들도 기량이 월등하게 늘었다”고 공을 돌렸다.

27일 아이비구장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구춘대회’ 2차전(0-9 패)에서도 양의지의 존재감은 빛났다. 지난해 퍼시픽리그 다승왕(14승) 아리하라 고헤이를 상대로 첫 안타를 뽑아냈고, 선발투수 잭 로그의 3이닝 퍼펙트 피칭을 이끄는 등 6회 박민준으로 교체될 때까지 소프트뱅크 타선을 1실점으로 막았다.

전날(26일) 구단주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전한 메시지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겼다. 양의지는 “구단주께서 4등, 5등 하려고 야구하는 게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나도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선수들 모두 더 높은 순위를 목표로 뛰어야 한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더 잘할 수 있도록 분발하길 바란다”고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미야자키(일본)|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