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감독.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는 2024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내야수 허경민이 KT 위즈, 불펜투수 김강률이 LG 트윈스로  떠나면서 주전 3루수와 필승계투요원을 잃었다. 정규시즌 4위에 올랐지만, 역대 최초 와일드카드 결정전 업셋 패배의 아픔을 겪은 뒤 또 한번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유격수 김재호마저 은퇴함에 따라 큰 폭의 내야진 변화가 불가피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이 1월 27일부터 3월 3일까지 이어진 호주 시드니~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를 지휘하는 내내 경쟁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실전 위주로 진행된 2차 캠프 기간에는 끊임없이 선수들의 경쟁을 유도했다. 미야자키 캠프 막판에는 젊은 선수들을 향해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고, 2차 캠프 종료를 불과 이틀 앞두고는 1군과 2군(미야코지마) 캠프의 인원을 교체하며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올해 스프링캠프를 돌아본 이 감독의 목소리에는 결연함이 묻어났다.

●경쟁

이번 캠프의 화두는 역시 내야 센터라인(2루수·유격수)과 좌익수 경쟁이었다. 다행히 이 감독이 강조한 경쟁을 통해 여러 자원을 확보했다. 특히 롯데 자이언츠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외야수 김민석은 남다른 콘택트 능력을 뽐내며 좌익수 경쟁에 불을 지폈고, 그 결과 야수 부문 캠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이 감독은 “김민석과 추재현, 오명진을 비롯해 여동건, 박준순도 잘해줬고, 애초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잘해준 선수들도 많아서 그만큼 희망을 본 캠프였다”고 돌아봤다.

현재로선 유격수 박준영, 2루수 이유찬으로 내야 센터라인을 구상하고 있지만, 경쟁은 계속된다. 이 감독은 “건강하다면 박준영(유격수), 이유찬(2루수)이 지금 위치에선 가장 유리하지 않을까 판단한다”면서도 “오명진이 굉장히 좋아졌다. 장타도 칠 수 있는 선수라 유심히 보고 있고, 캠프에서 훈련하는 모습과 결과를 보니 물음표가 조금씩 긍정적 요소로 바뀌고 있다. 1군에서 뛸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변화

기존 외국인선수들을 모두 교체했다. 올해는 투수 콜 어빈과 잭 로그, 타자 제이크 케이브와 함께한다. 지난 시즌 내내 팀을 괴롭혔던 ‘외인 리스크’를 다시 겪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들 중 2차례 연습경기에서 5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펼친 로그는 투수 부문 캠프 MVP로 뽑혔다. 이 감독은 “로그는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빈도 구위가 충분히 좋다는 것을 느꼈다”며 “케이브는 준비과정을 쭉 지켜보니 한국, 아시아 무대에서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연습경기에서 타격감이 좋지 않았던 게 오히려 아시아 야구를 더 진지하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허경민의 이탈은 큰 변화다. 그러나 두산 타선은 여전히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테랑들이 든든하게 중심을 잡고 있어서다. 파워히터 김재환이 좌익수와 지명타자를 번갈아 맡으며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이 감독은 “정수빈과 김재환, 양의지, 케이브, 강승호, 양석환 등 6명이 들어가는 것은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게 우리 전력에선 최고의 상수”라며 “이유찬이 지난해 좌투수에게 강했는데(상대 타율 0.355), 그 모습이 계속 이어질지도 테스트해봐야 한다. 이후 남아있는 포지션의 선수들이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메시지

이 감독은 희망을 노래하면서도 젊은 선수들의 분발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는 분명하게 전달했다. 그는 “정규시즌까지 3주 남았다. 이제는 전력투구할 수 있는 전력이 돼야 한다”며 “2차 캠프에선 싸울 수 있는 멤버를 선별해야 하는데, 지금도 그 과정이다. 시범경기 막판에는 엔트리 28명에 들어갈 선수를 골라야 한다. 그 누구라도 ‘난 떠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절실하게,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그는 “어느 정도 자리가 정해진 선수들은 개막에 맞춰 준비할 수 있겠지만, 그 이외 선수들에게는 이미 시즌이 시작된 것”이라며 “생존하지 않으면 2군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고민해야지 개막전에 컨디션을 맞춘다는 것은 아주 큰 착각이다. 베테랑 선수들은 충분히 예우하며 경기에 100% 나갈 수 있게 하겠지만, 실력을 더 올려야 하는 선수들은 우리가 끌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당근보다는 채찍을 들어야 할 것 같다. 선수 개인과 팀이 더 발전하기 위해선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촉구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