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회장이 인도를 찾아 ‘제2의 도약’을 위한 미래 성장전략을 모색했다. 세계 최대 잠재시장인 인도에서 시장 지위를 더욱 확고히 다지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LG측 설명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2030년 인도가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지 전략 점검
LG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 달 24일부터 나흘 동안 인도를 찾아 연구개발(R&D)·생산·유통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의 경쟁력을 점검하고 현지 직원들과 만났다.

먼저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방문해 시장 변화와 생산 전략 방향을 점검했다. 구 회장은 “인도 시장에서 어떤 차별화를 통해 경쟁 기업들을 앞서 갈 것인지는 앞으로의 몇 년이 매우 중요하고, 우리가 어느 정도 앞서 있는 지금이 지속가능한 1등을 위한 골든타임이다”며 “그동안 쌓아온 고객에 대한 이해와 확고한 시장 지위를 기반으로 새로운 30년을 위한 도약을 이뤄내자”고 말했다. 구 회장은 또 뉴델리의 LG브랜드샵, 릴라이언스 등 유통 매장도 방문해 현지 고객 니즈를 반영한 제품을 살펴보며 차별적 고객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 회장은 이어 ‘인도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벵갈루루를 찾아 글로벌 R&D 전략도 구상했다. 특히, 인도 IT 생태계의 강점과 풍부한 R&D 인재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인도 소프트웨어연구소는 LG가 해외에서 운영하는 연구소 가운데 베트남 R&D법인과 함께 규모가 가장 크다. 2000여 명의 현지 개발자가 한국 본사 가이드를 바탕으로 협업하며 웹OS 플랫폼, 차량용 솔루션, 차세대 소프트웨어(SW) 등을 개발하고 있다. 구 회장은 연구원들과 만나 “가속화되는 SW 기술 혁신에 대응하고 우수 R&D 인재를 확보하는 측면에서 인도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며 “미래 SW 차별화된 경쟁력을 위해 그룹 차원의 글로벌 R&D 지향점을 분명히 설정하고, 이를 꼭 달성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 공략 확대
LG는 1996년 소프트웨어연구소를 설립하며 인도 시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1996년 LG화학, 1997년 LG전자, 2023년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가 진출했다. 현재 수도권인 노이다와 중서부 푸네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LG전자는 동남부 안드라 프라데시 지역에 새로운 생산시설 설립을 검토해 산업 발전 주요 거점 3개 축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올해 신규 공장을 가동하며 고성장 중인 인도 석유화학 시장에 대응하고, LG에너지솔루션은 초기 단계인 인도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을 구체화 해 나가고 있다.

구 회장은 인도 일정을 마친 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이동해 중동·아프리카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중장기 사업전략을 논의했다. 또 현지 가전 유통 전문 매장을 찾아 시장 트렌드를 살펴보고 LG전자 제품의 판매 현황 및 경쟁력 등을 점검했다. LG는 1982년 두바이에 LG전자 지점을 설립한 뒤 현재 중동·아프리카 지역에 LG전자를 중심으로 판매, 생산, 서비스 등을 맡고 있는 12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구 회장은 “중동·아프리카 지역은 복잡하고 어려운 시장이지만 지금부터 진입장벽을 쌓고, 이를 위한 핵심역량을 하나씩 준비해 미래 성장의 핵심축 가운데 하나로 만들자”고 말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