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로비’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하정우가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4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로비’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하정우가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하정우가 ‘감독’ 타이틀을 달고 세 번째 도전에 나선다. 그가 연출하고 주연까지 한 영화 ‘로비’를 올 봄 극장에 선보인다. 앞서 연출한 두 편의 영화로 흥행 실패를 맛본 그가 현재 네 번째 연출작 촬영에도 한창인 가운데, ‘로비’의 성패가 더욱 중요해진 분위기다.

O두 번의 흥행 실패, 세 번째 도전

4월 2일 개봉하는 ‘로비’는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가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 블랙 코미디로, 하정우를 비롯해 김의성, 이동휘, 박병은, 최시원, 차주영 등이 출연한다.

특히 이번 작품은 주연한 하정우가 10년 만에 각본과 연출까지 맡은 작품으로 영화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정우는 2013년 ‘롤러코스터’와 2015년 ‘허삼관’을 선보이며 이정재, 김희원 등 최근 연출자로 변신한 배우들보다 훨씬 먼저 ‘감독’ 타이틀을 달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앞선 두 연출작 모두 결과는 좋지 않았다. ‘롤러코스터’는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마니아층의 호평을 이끌었으나 27만 관객(손익분기점 40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고, ‘허삼관’은 손익분기점(300만 명)의 3분의 1도 미치지 못하는 95만 관객을 모아 흥행에 실패하고 혹평까지 받았다.

현재 그가 내년 개봉을 목표로 네 번째 연출작인 ‘윗집 사람들’까지 촬영 중인 바, 이번 영화의 흥행 여부와 더불어 평단과 대중 평가에 업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영화 ‘로비’ 스틸,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로비’ 스틸, 사진제공|쇼박스

O최초의 골프 로비 영화

이런 상황에서 ‘로비’의 첫 공식 행사인 4일 열린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하정우는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세 번째 작품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여러 차례 작품을 하려 했지만 결국 만들진 못해 고민이 많았다”며 “그러다 ‘로비’를 하는 이야기가 떠올랐고, 무조건 해야겠다 생각했다. 배우 입장으로 개봉을 앞뒀을 때보다 감독으로 개봉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욱 떨리고 싱숭생숭하다”고 했다.
새 영화에 대한 자신감도 숨기지 않았다. 특히 ‘로비’는 하정우 특유의 독특한 유머 감각과 ‘말맛’을 살린 코미디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 영화로선 처음으로 로비 골프 세계를 다뤘다는 점에서도 호기심을 자아낸다.

하정우는 “일반적으로 로비는 밀폐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광활한 골프장이 참 은밀한 공간이라 생각했다”며 골프를 소재로 삼은 이유에 대해 밝히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인 인생이다. 인생은 다 우연이다. 우연 속에서 영화적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힘줘 말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