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포항공장이 꺼내든 생산직 근무자 희망퇴직 카드가 노사간 갈등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농성중인 현대제철 노조원들. 사진제공ㅣ현대제철 노조 홈페이지 캡처

현대제철 포항공장이 꺼내든 생산직 근무자 희망퇴직 카드가 노사간 갈등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농성중인 현대제철 노조원들. 사진제공ㅣ현대제철 노조 홈페이지 캡처




오는 14일까지 생산직 근무자 1200명 대상 희망퇴직 받아
사측, 현재까지 신청자 수 미공개…얼마나 신청하느냐가 관건
소모적인 파업 노사 모두에게 ‘악재’…파업명분은 설득력 없어


현대제철 포항공장이 꺼낸 ‘희망퇴직’ 카드가 노사 간 갈등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지난 4일부터 오는 14일까지 포항 1·2·3공장 생산직 근무자 12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고 밝혀 포항공장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포항공장 측은 이번 희망퇴직자에게 1년 월정급여에서 정년까지의 잔여근속간의 50%에 해당하는 기간을 곱한 범위(최대 3년) 안에서 퇴직금을 지급한다. 또 1인당 1000만원, 자녀 최대 3명 분량의 자녀 학자금과 함께 만 55세 이상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정년 처우금도 지급할 계획이다.

11일 현대제철 포항공장에 따르면 지난 4일 희망퇴직 접수 공고 이후 현재까지 신청해온 근로자 수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는 14일 희망퇴직 신청자 접수를 마감해봐야 대략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논란의 중심이 된 현대제철 당진공장도 시도하지 않는 희망퇴직을 왜 포항공장에서 갑작스럽게 시도하느냐다. 포항공장 현장 근로자들은 사측의 갑작스런 희망퇴직 카드에 놀라면서도 사태추이를 차분히 지켜보고 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이 희망퇴직이라는 ‘최악의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그럴만한 속사정이 있어 보인다.

포항공장 측은 올들어 제2공장 가동 중단과 매월 70억원 이상의 적자가 누적되면서 불가피하게 내린 조치라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압박,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덤핑, 국내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철강 수요 감소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포항공장은 당초 포항 2공장의 운영을 완전히 중단할 계획이었으나, 노사 협의를 거쳐 기존 4조 2교대 체제에서 2조 2교대로 전환했다. 포항 2공장은 주로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형강 제품을 생산하는 곳인데, 최근 국내 건설경기 침체와 중국발 저가 덤핑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제철 후판공장에서 후판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제공ㅣ현대제철

현대제철 후판공장에서 후판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제공ㅣ현대제철

현대제철의 노사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7년 첫 전면 파업부터 2022년 최장기 파업 등 현대제철 노사는 그동안 끊임없는 갈등의 아픈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2021년 협력사 노조의 제철소 통제센터 불법점거, 2022년 사장실 점거 등은 많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현대제철 직원의 임금 수준은 철강 1위인 포스코를 사실상 능가한다. 그러다보니 ‘귀족노조’라는 별칭까지 붙기도 했다. 이번 현대제철 노조의 파업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가 기간산업인 철강 시황이 안갯속인 상황에서 현대제철 노조가 호실적을 기록한 다른 계열사와 동일한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철강업계의 시황이 올해도 가시밭길 전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노조의 파업 명분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노사 간 소모적인 갈등은 회사나 노동자 모두에게 악재(惡材)다. 파업이 회사의 생존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노사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포항ㅣ김명득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김명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