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블루 마케팅팀 정성운 과장. 사진제공 |골든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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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는 단순한 주류를 넘어 예술로 평가받는다. 특히 한 증류소에서 단일 몰트를 사용해 만드는 ‘싱글 몰트 위스키’는 깊고 복합적인 풍미로 전 세계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이 황금빛 액체는 제맥(Malting)에서 시작해 분쇄(Milling), 당화(Mashing), 발효(Fermentation), 증류(Distillation)를 거쳐 숙성(Maturation)에 이르는 여섯 단계의 섬세한 과정을 거쳐 비로소 탄생한다. 그 여정은 다음과 같다.

1단계, 제맥(Malting)
위스키의 여정은 보리에서 시작된다. 보리를 물에 담가 발아를 유도한 뒤, 열을 가해 건조시키는 과정이 제맥이다. 이 과정에서 전분이 당으로 전환될 준비를 마치며, 건조 시 사용되는 연료에 따라 향이 달라진다. 특히 스코틀랜드 아일라 지역은 피트(이탄)를 연료로 사용해 독특한 스모키 향을 만들어낸다.

2단계, 분쇄(Milling)
건조된 맥아는 ‘그리스트(Grist)’라는 가루로 곱게 분쇄된다. 분쇄가 너무 곱거나 거칠면 당분 추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각 증류소는 오랜 노하우로 최적의 분쇄 비율을 유지한다.

3단계, 당화(Mashing)
분쇄된 맥아는 ‘매쉬 턴(Mash Tun)’이라는 대형 탱크에서 뜨거운 물과 섞인다. 이 과정에서 맥아 속 전분이 당으로 전환되며, 단맛이 있는 액체 ‘워트(Wort)’가 만들어진다. 당화는 위스키의 바탕을 만드는 핵심 과정이다.

4단계, 발효(Fermentation)
당화된 워트는 발효조 ‘워시백(Washback)’에서 효모와 만나 알코올로 변한다. 보통 2~3일간 발효가 진행되며, 이 과정에서 알코올뿐만 아니라 위스키의 복합적인 향이 함께 생성된다. 이 단계가 끝나면 약 8~9% 알코올 도수의 ‘워시(Wash)’가 완성된다.

5단계, 증류(Distillation)
워시는 구리 증류기에서 보통 2회 증류된다. 첫 증류로 ‘로우와인(Low Wines)’이 만들어지고, 두 번째 증류에서 가장 순수한 ‘하트’ 부분만 골라 ‘뉴메이크 스피릿’이라는 원액이 얻어진다. 구리는 촉매 역할을 하며 불순물을 제거해 향미를 더욱 깨끗하게 한다.

6단계, 숙성(Maturation)
무색의 뉴메이크 스피릿은 오크통에서 최소 3년 이상 숙성된다. 오크통 종류와 숙성 기간에 따라 풍미가 결정되며, 이 과정에서 위스키는 황금빛 색을 띠고 바닐라, 캐러멜, 스파이스 등 다양한 향을 머금는다. 숙성 중 일부가 증발하는 ‘천사의 몫(Angel’s Share)’은 위스키의 향을 더욱 농축시키는 자연의 마법이다.

이렇게 모든 과정을 거친 후에야 위스키는 병입 과정을 거쳐 우리의 잔에 담긴다. 위스키는 자연과 인간의 정교한 협업이 빚어낸 결정체다. 모든 증류소는 각자의 개성을 담아 고유한 풍미를 창조하지만 그 기본은 여섯 단계라는 변함없는 틀 안에서 이루어진다.

완성된 위스키를 음미하는 순간. 우리는 잔 속에 녹아든 시간의 층과 장인의 선택, 그리고 자연이 빚은 미묘한 변주를 함께 경험하게 된다. 위스키를 아는 것은 단지 맛을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잔에 담긴 오랜 여정의 발자취를 읽어내는 일이다. 한 모금의 위스키를 음미할 때마다 우리는 깊은 역사와 정성이 만든 액체 예술의 세계로 초대받는 것이다.

정성운 골든블루 마케팅팀 과장(양조증류학 석사)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