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 선수들이 30일 의정부 경민대기념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PO 3차전에서 대한항공에 패해 챔피언 결정전 진출이 좌절된 이후 홈팬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며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의정부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KB손해보험 선수들이 30일 의정부 경민대기념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PO 3차전에서 대한항공에 패해 챔피언 결정전 진출이 좌절된 이후 홈팬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며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의정부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누구도 돌을 던져선 안 된다. 또 비판할 수도 없다. KB손해보험은 ‘당당한 패자’였다.

KB손해보험은 3월 30일 의정부 경민대기념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PO·3전2선승제) 3차전에서 대한항공에 세트스코어 0-3으로 졌다. 시리즈 합계 1승2패가 되면서 2021~2022시즌 이후 3년 만의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KB손해보험은 홈에서 열린 PO 1차전을 승리하면서 챔프전 출전을 바라봤으나 2차전과 3차전에서 한 세트도 얻지 못한 채 봄배구 ‘역스윕 탈락’의 아쉬움을 맛봐야 했다. 역대 남자부 20차례 PO에서 1차전 승자가 챔프전에 오르지 못한 건 KB손해보험까지 세 번째다.

그러나 여기까지 올라온 것도 굉장히 인상적인 결과다. 정규리그 중반까지 KB손해보험의 봄배구 도전은 불투명했다. 시즌 개막 5연패에 빠졌고, 2라운드까지 고작 4승(8패)에 머물렀다. 개막 직전 미겔 리베라 전 감독이 건강상 이유로 갑작스레 사퇴한 여파가 분명해 보였다.

마틴 블랑코 감독대행이 임시 지휘봉을 잡았으나 흔들리는 팀을 다잡는 건 쉽지 않았다. 이후 KB손해보험은 남자배구대표팀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을 데려오려다 무산되는 해프닝까지 겪었다.

KB손해보험의 불운은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안방이 말썽이었다. 의정부체육관이 지난해 11월 말 안전 문제로 갑작스레 폐쇄됐다. 구단이 임시 체육관을 구하는 동안 내내 원정경기만 소화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당시 구단 관계자는 “빨리 봄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KB손해보험은 거짓말처럼 살아났다.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올해 2월 28일까지 팀 최다 9연승을 달렸고, 경민대기념관에서 정규리그 9승2패의 놀라운 성과로 ‘경민 불패’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봄배구에 올랐다.

경험 많은 레오나르도 아폰소 감독이 1월 부임한 가운데 군 복무를 마친 베테랑 세터 황택의와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나경복의 합류로 ‘팀 DNA’가 바뀌고, 외국인 주포 비예나와 아시아쿼터 공격수 야쿱의 쌍포가 한층 강해진 결과다.

비록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해 챔프전까지 돌풍을 이어가지 못했어도 KB손해보험의 이번 시즌은 높은 점수를 받을 만 했다. 레오나르도 감독은 “우리의 노력이 빛을 잃지 않도록 계속 도전하겠다”며 내일의 도약의 기약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