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선수들이  8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5차전에서 승리해 통합 챔피언에 등극한 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흥국생명 선수들이 8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5차전에서 승리해 통합 챔피언에 등극한 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선수들이 일군 드라마틱한 우승, 다음 시즌에 난 없을 것 같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이 정상에서 이별을 알렸다. 흥국생명은 8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5전3선승제) 5차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승리,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대관식을 치렀다.

흥국생명은 안방에서 열린 챔프전 1, 2차전을 쓸어담았으나 원정 3, 4차전을 내리 패하며 ‘리버스 스윕’ 준우승에 그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저력이 있었다. 이날 경기 역시 1, 2세트를 따낸 뒤 3, 4세트를 내줘 마지막 세트까지 향했으나 ‘배구 여제’ 김연경의 놀라운 수비 집중력으로 활짝 웃었다.

2018~2019시즌 이후 6시즌 만에 통산 4번째 통합우승에 성공한 흥국생명은 2년 전 챔프전에서 한국도로공사에 역전 우승을 허용한 트라우마를 완벽히 털어냈다. 3수 끝에 챔피언 트로피에 입맞춤한 아본단자 감독은 “드라마틱했다. 우리 스쿼드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선수들이 스스로 일군 우승이다. 그래서 더 대단하다”며 엄지를 세웠다.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김연경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아본단자 감독과 김연경은 페네르바체(튀르키예)에서부터 함께 하며 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린 바 있다. “끝까지 집중해 수비하는 걸 보며 우승할 자격이 있음을 확인했다. 한국배구 사상 최고의 선수”라고 극찬했다.

다만 아본단자 감독을 다음 시즌엔 보기 어렵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김연경이 현역 은퇴를 결정한 가운데 아본단자 감독은 새로운 행선지로 향한다. 이미 유럽 현지에서는 아본단자 감독이 여러 해외 팀들과 접촉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아본단자 감독은 “다음 시즌은 내가 V리그에 없을 것 같다. 행선지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흥미로운 곳이 있다면 그곳에 있을 것”이라고 이별을 직접 알린 뒤 “V리그는 잠재력이 높은 무대다. 구단의 운영과 지원도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이런 부분이 선수들의 성장에 한계로 작용할 때도 있다”라며 지난 3시즌 간의 V리그 여정을 되돌아봤다.




인천|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