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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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햇살’을 닮은 박은빈의 ‘살벌한 변신’이 제대로 통했다. 디즈니+ 드라마 ‘하이퍼나이프’에서 사람을 서슴없이 해하는 소시오패스 의사 세옥을 연기한 그에 대한 글로벌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필모그래피 사상 최대 변신을 꾀한 박은빈도 스스로 이번 작품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드러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토록 나쁜 말을 많이 해본 적이 처음이다. 제대로 악행을 펼칠 수 있게 판을 깔아주신 작가와 감독께 감사할 뿐”이라며 미소 지었다.

O“의도적인 변신 노리진 않았지만”

혹자는 “고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이번 작품을 택한 게 아니냐” 묻기도 하지만 박은빈은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손사래를 쳤다. 스스로 ‘특정 이미지’로 사로잡히는 배우가 아니라 믿기 때문이다.

“어떤 이미지에서 벗어나자는 생각은 결코 해본 적 없어요. 다만 해보지 않았던 장르와 역할을 시도해 보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죠. 색다른 경험을 하게 돼 즐거웠어요. 저에 대한 이미지는 제 어떤 작품을 보셨냐에 따라 모두가 다 다르게 갖고 계실 거라 생각해요.”

극 중 세옥의 스승 덕희 역을 맡아 애증으로 얽힌 사제관계를 함께 그려낸 설경구에게는 수시로 전화를 걸어 자연스러운 ‘라포’(사람 사이의 유대)를 쌓으려고 노력했다고도 돌이켰다.

“모든 선배 연기자나 상대 배우에게 그러진 않아요. 설경구 선배께 유독 그랬던 건 작품 속 ‘관계의 특수성’ 때문이었어요. 극 중 두 사람의 감정이 굉장히 복잡하고 두터운데 선배와 직접 만나는 장면이 그리 많진 않았거든요. 그래서 제 촬영을 마치면 선배께 전화해서 당일 찍은 걸 말씀드리기도 하고 무료함을 달랠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O“배우 하길 잘했다!”

세옥을 돕는 마취과 의사 현호 역을 맡아 박은빈과 많은 분량을 함께 한 박병은은 앞선 인터뷰에서 발랄한 박은빈을 “말티즈 같은 친구”라 표현하기도 했다. “귀엽지만 한 성격하는 말티즈가 세옥 캐릭터와도 딱”이라 했지만, 박은빈은 동의하지 않으며 장난스레 웃었다.

“현장에서도 박병은 선배가 늘 말티즈 같다는 말을 해주셨어요. 저는 (까칠한) 세옥이를 ‘고양이상 캐릭터’로 엄청 밀었는데, 고양이로 봐주시지는 않더라고요. 실제 전 토끼 닮았다는 이야기를 더 좋아해요!”

어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해 오랜 시간 ‘배우 한 길’을 걸어온 그는 “이 직업을 선택하길 참 잘했다”며 흔들림 없이 말하기도 했다.

“제겐 또 다른 꿈이 있을 거라 믿고 탐색하며 보낸 시간도 있었어요. 배우가 나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 걸로 생각했죠. 하지만 생각해 보면 연기를 하며 스스로 단단해질 수 있었어요. 의사를 꿈꾸기도 했는데, 지금은 연기를 통해 의사가 될 수 있잖아요. 그렇기에 이 일은 하면 할수록 늘 새로워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