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다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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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캘리포니아’를 하며 느낀 건, 기다림엔 인내심만큼이나 드라마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누굴 혼자 사랑하는 역할은 꽤 있었지만, 이번처럼 그 과정을 길게 빠져들며 보여주는 작품은 없었어요. 캐릭터(천연수)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행복했을지 상상하며 연기했어요. 뭉클했던 순간도 많았죠.” 배우 나인우는 팬미팅 무대 위에서 지난 2월 종영한 MBC 드라마 ‘모텔 캘리포니아’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서울에 봄비가 내리던 지난 19일, 동대문구 공감스튜디오는 그야말로 ‘심쿵주의보’가 발령된 듯했다. 나인우가 팬들과 만나는 팬미팅 ‘Spring Where Love Begins’를 통해 진심 가득한 시간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감동이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 열린 이번 팬미팅은 그 여운을 고스란히 안고 시작됐다. 톰포드의 시크한 다크 브라운 셔츠와 같은 색 팬츠를 입고 등장한 나인우는 극 중 OST ‘때론 숲이 되어주오, 날 안아주오’를 부르며 무대에 올라 팬들의 심장을 단숨에 저격했다. “작품이 끝난 뒤 처음 팬들을 만나는 자리라, 극 중 캐릭터 ‘천연수’의 테마곡을 들려주고 싶었다”는 그의 멘트에는 진심이 뚝뚝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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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은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태국 등에서 온 글로벌 팬들로 가득 찼다. 온라인으로 시청하는 팬들에게는 “언젠가는 화면이 아닌, 직접 마주 보고 이야기할 수 있길 바란다”며 따뜻한 인사를 전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행사였기에 걱정도 적지 않았다. 나인우는 “1시 리허설이 시작되자마자 비가 내리더라. ‘징크스의 연인’에서 운 없는 남자를 연기했었는데, 그 작품 첫 촬영 당시 예보도 없이 비가 쏟아졌던 기억이 떠올라 이번에도 혹시나 싶었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팬심 폭발! 명장면 톱3는?

‘모텔 캘리포니아’ 팬들이 직접 뽑은 명장면 베스트 3도 현장의 열기를 더했다.

1위는 ‘아이스크림 키스신’. 아이스크림을 먹다 이세영(지강희 역)에게 “너 나랑 친구할 수 있어?”라는 대사와 함께 돌발 키스를 날리는 장면에 팬들은 “심장이 녹았다”며 환호했다. 나인우는 해당 장면을 무대 위에서 즉석 재연해 박수를 받았다.

2위는 진심 어린 고백 장면. 나인우가 “넌 내게 첫사랑이 아니야.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늦어서 미안해. 사랑해”라는 대사를 다시 전하며 눈시울을 붉히자, 현장은 숨조차 멈춘 듯 고요해졌다. 그는 “나는 사랑에 확신이 있고 계속 알려줬는데 강희가 몰라줘서 그게 아팠던 것 같다. 한 번 더 강희를 붙잡고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대목”라고 회상했다.

3위는 터널 고백 장면. 강희의 손을 잡고 터널을 함께 달려 나와 “나랑 사귀자”고 고백하는 장면에 팬들은 “드디어!”, “속이 확 뚫리는 장면”이라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나인우는 “(연수 어머니의 반대에) 강희도 많이 힘들어했기에,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느낌으로, 주도적으로 한발을 내딛는 느낌으로 연기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번 팬미팅은 감성뿐 아니라 웃음도 가득했다. 극 중 120kg 거구 ‘곰탱이’로 분장했던 비하인드부터, 가장 인기 있었던 스타일 톱3까지 공개되며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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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남 수의사’ 연수의 고등학생 시절 모습인 뚱보 ‘곰탱이’ 캐릭터는 3시간 동안 특수분장팀이 투입된 결과물이었다. 나인우는 “제일 힘들었던 건 더운 것과 무거운 것이었다. 분장의 무게 때문에 병원에서 목 디스크가 올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래도 변신은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팬들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천연수의 패션은 블랙 폴라와 재킷을 매치한 ‘크리스마스 파티 룩’이었다. 그는 “팬들이 원한다면 사계절 내내 입겠다”고 말했지만, 팬들이 웃으며 만류했다. 두 번째는 후드티와 베이지 가디건을 매치한 ‘남친 룩’, 세 번째는 ‘곰탱이 연수’가 꼽혔다. 살이 쪘어도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귀엽다는 이유였다.


“라면엔 케첩?” 나인우의 반전 매력 대폭발

나인우는 ‘최고의 여행지’로 ‘집’을 꼽는 엉뚱한 매력을 보였다. 집에서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하며 라면을 끓여 먹는다는 그는 “매운맛 라면에 케첩 넣어 먹는 거, 진짜 맛있어요!”라며 색다른 입맛을 자랑했다.

의사 가운을 입고 ‘닥터 나’로 변신한 나인우는 팬들의 고민을 상담해주기도 했다. 나인우의 붙임성을 배우고 싶다는 팬에게는 “사람의 단점보다 장점을 보려 노력하고, 다가갈 때는 진심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관계가 버거워지면 선을 긋는 것도 방법”이라며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번아웃’으로 지친 팬에게는 “누구나 포옹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라며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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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는 오랫동안 갈고닦은 기타 실력을 뽐냈다. 토카이 일렉 기타 LS101 DJM Black을 들고 무대에 등장한 나인우는 미국 하드록 밴드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Sweet Child O’ Mine’을 수준급으로 연주해 큰 환호를 받았다. 이승기의 ‘누난 내 여자니까’를 팬덤 이름 ‘누룽지’로 개사해 부른 세레나데는 팬들을 감동시켰다.

나인우는 학창시절 모델 일을 권유 받았고 프로게이머를 꿈꿨다는 과거사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그런데 캐스팅 디렉터에게 발탁돼 오디션을 보고 배우를 시작하게 됐다. 그땐 막연히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 생각했는데, 결국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노력해야 한다는 걸 19~20살쯤 깨달았다”라고 회상했다.

도전해보고 싶은 헤어스타일에 대해선 “탈색, 금발, 은발, 삭발까지 다 해보고 싶다”라며 열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팬들은 “삭발은 절대 안 돼!”라며 반응해 웃음을 자아냈다. 운전할 때 들으면 좋은 곡으로는 퀸(Queen)의 ‘The Show Must Go On’과 쉐이즈 어파트(Shades Apart)의 노래를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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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김동률의 ‘감사’를 부르며 팬미팅을 마무리한 나인우는, ‘2026년 서울 팬미팅’을 약속했다. 그는 팬들과 일일이 하이터치를 나누며 “사랑해, 다음에 또 만나요”라는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진심 어린 눈물과 웃음, 음악과 공감이 어우러진 3시간, 팬들을 위한 최고의 봄날이었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