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탠탑비뇨의학과 김도리 대표원장
“요즘은 새벽 3시에 한 번, 5시에 또 한 번 깨요. 그런데 다들 그렇다니까 그냥 그러려니 해요.”
중년 남성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밤중 화장실을 오가는 일이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린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는 동안 두세 번씩 깨어나는 일이 반복되면, 결국 낮의 집중력 저하와 만성 피로로 이어진다. 이쯤 되면 더는 ‘참을 수 있는 불편’이라고 보기 어렵다.
강진구(가명) 씨는 며칠 전, 아내와 함께 칠순 기념으로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은퇴 후 처음 떠나는 긴 여행이었다. 경제적 여유와 체력 모두 다졌기에, 이번엔 제대로 즐겨보리라 마음먹었다. 그러나 뜻밖의 불청객이 그 여행의 기억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바로 ‘소변’이었다.
급박뇨 때문에 도심 한복판에서 당황하는 일이 반복됐고, 숙소에선 야간뇨로 인해 잠을 설쳤다. 낮엔 피로가 쌓여 투어나 미술관 관람도 버거워졌고, 항상 화장실 위치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탓에 긴장의 연속이었다.
강 씨는 전립선비대증으로 약을 복용 중이었지만, 익숙한 환경에선 견딜 만했던 증상이 낯선 여행 환경에서 훨씬 불편하게 다가왔다. 결국 그는 여행 후 수술을 결심했다. 막연한 공포와 비용에 미뤄왔던 결정을 내리게 된 건, “이대로는 인생을 온전히 즐길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배뇨장애, ‘노화 탓’으로 넘기기엔 위험
전립선비대증은 50대 이상 남성의 절반 이상이 겪는 흔한 질환이다. 테스토스테론과 DHT 같은 호르몬 변화에 따라 전립선이 커지면서 요도를 압박하고, 이에 따라 소변 줄기 약화, 소변이 끊기거나 잔뇨감, 밤에 자주 깨는 야간뇨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2024년에 발표된 대한비뇨기과학회 연구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22년까지 50세 이상 한국 남성 7만2068명을 대상으로 전립선비대증과 하부요로증상(LUTS)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었다. 연구 결과,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전립선 증상과 관련된 여러 지표가 점차 악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우선, 전립선비대증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국제 전립선 증상 점수(PISS)는 50대에서 평균 10.7점이었으며, 60대는 12.7점, 70대는 14.5점, 80세 이상은 평균 16점으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증상의 중증도가 증가했다. 전립선 특이 항원(PSA) 수치 또한 비슷한 경향을 보였는데, 50대 평균은 1.0 ng/mL였으나, 50대보다 60대는 30% 증가, 70대는 90% 증가, 80세 이상은 130% 증가로 점차 상승하였다. 반면, 최대 요속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점차 감소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나이가 들수록 전립선의 크기와 PSA 수치, 증상 점수가 함께 증가하며, 반대로 요속은 감소하는 전형적인 전립선비대증의 진행 양상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너무도 서서히 찾아오기에, 많은 이들이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여기고 방치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전립선비대증은 방광 기능 저하나 요로 감염, 심하면 신장 기능 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냥 참는다’는 선택이 오히려 더 큰 건강 문제로 돌아올 수 있다.
사무직 직장인, 운전기사, 야근 많은 전문직 종사자는 특히 전립선 건강에 취약하다.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은 전립선 부위 혈류를 방해하고 압박을 유발한다. 비만, 운동 부족, 잦은 음주와 스트레스 역시 위험 요인이다.
약물치료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
전립선비대증 초기에는 약물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증상을 ‘조절’하는 수준이며,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 약을 중단하면 증상이 다시 나타나거나, 부작용으로 복용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특히 전립선 크기가 일정 수준 이상이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약물만으로는 만족할 만한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이럴 땐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워터젯로봇수술 – 인공지능 기술과 숙련된 의료진의 설계로 기능을 지키며 삶을 회복한다
최근 주목받는 치료법 중 하나가 워터젯로봇수술(Aquablation)이다. 이 시술은 고압의 물줄기를 이용해 전립선 비대 조직만을 정밀하게 제거하는 새로운 수술 방식이다. 기존 전기 소작술이나 레이저 수술과 달리 열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주변 신경이나 조직에 미치는 손상이 현저히 적다. 특히 주목할 점은 AI 기반의 시스템과 실시간 초음파 영상을 통해 수술이 매우 정교하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숙련된 의료진은 환자의 전립선 구조를 분석하고, 사정 기능과 배뇨 조절에 중요한 요도괄약근 주변 구조물을 정확히 파악해 피할 수 있도록 절제 경로를 설정한다. 즉, 수술 전 맵핑(mapping) 단계에서 어디를 얼마나 절제할지’를 세밀하게 계획함으로써, 배뇨기능은 물론 사정기능까지 기능 보존 가능성을 높이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러한 정밀성과 안전성 덕분에, 기존 수술이 어렵던 고령 환자나 심혈관계 질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으며, 전립선 크기에 상관없이 시술이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수술 시간도 짧고 출혈이 적어 대부분 1~2일 내 퇴원이 가능하다.
강진구 씨처럼 여행이나 외출이 잦은 중장년층에게는 수술 후 빠른 회복과 일상 복귀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워터젯로봇수술은 이러한 요구에 가장 적합한 치료법으로 자리 잡아 가며 스탠탑비뇨의학과의원은 최근 아쿠아블레이션 2000례를 달성한 바 있다.
조기 치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
전립선비대증은 시간이 지나면 낫는 병이 아니다. 오히려 치료 시기를 놓치면 배뇨근 기능이 회복되지 않거나,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소변 줄기가 약해졌거나, 밤에 자주 깨는 증상이 있다면 늦기 전에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건강은 결국 ‘내가 선택하는 문제’다. 참고 견디는 것이 미덕이던 시절은 지났다. 지금 필요한 건,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한 용기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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