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정(왼쪽)-공희용이 1일(한국시간) 칼랑의 싱가포르체육관에서 벌어진 2025싱가포르오픈 마지막 날 여자복식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한국배드민턴의 이 대회 34년만의 여자복식 금메달이다. 공교롭게도 종전 금메달리스트 정소영 성심여고 감독-정명희 화순군청 감독 중 정소영 감독은 김혜정의 어머니다. 사진제공│대한배드민턴협회

김혜정(왼쪽)-공희용이 1일(한국시간) 칼랑의 싱가포르체육관에서 벌어진 2025싱가포르오픈 마지막 날 여자복식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한국배드민턴의 이 대회 34년만의 여자복식 금메달이다. 공교롭게도 종전 금메달리스트 정소영 성심여고 감독-정명희 화순군청 감독 중 정소영 감독은 김혜정의 어머니다. 사진제공│대한배드민턴협회



“어머니에 이어 34년만에 한국에 금메달을 바칠 수 있어 기쁘네요.”

배드민턴국가대표팀 김혜정(28·삼성생명)은 공희용(29·전북은행)과 함께 2025싱가포르오픈 여자복식 우승을 합작한 뒤 어머니를 떠올렸다. 자신을 배드민턴으로 이끈 장본인이자, 세계배드민턴 레전드인 정소영 성심여고 감독(58)의 위대함을 되돌아봤다.

김혜정-공희용(세계랭킹 8위)은 1일(한국시간) 칼랑의 싱가포르체육관에서 벌어진 대회 마지막 날 여자복식 결승에서 이와나가 린-나카니시 기에(일본·6위)를 게임스코어 2-0(21-16 21-14)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톱랭커인 백하나(25)-이소희(31·MG새마을금고·3위), 여자단식 안세영(23·삼성생명·1위)이 잇달아 8강에서 고배를 든 상황에서 따낸 소중한 금메달이다.

이번 대회 김혜정-공희용의 기세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주목할 정도였다. 4강에서 자이판-장수솬(중국·11위)를 2-1로 꺾으며 눈길을 끌었다. 자이판이 종전 파트너 천칭천과 함께 2020도쿄올림픽 은메달과 2024파리올림픽 금메달을 합작한 사실을 고려하면 강적을 꺾은 셈이다. 결승에서도 2024파리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류성수-탄닝(중국·1위)을 4강에서 꺾고 올라 온 이와나가-나카니시를 손쉽게 돌려세웠다.

김혜정-공희용의 이번 우승은 한국배드민턴에 34년만의 이 대회 여자복식 우승이다. 1929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11개로 통산 7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주력 종목인 여자복식에선 금메달이 3개에 그쳤다. 1987년 정명희 화순군청 감독-황혜영 성지여고 감독, 1991년 정소영 감독-정명희 감독, 올해 김혜정-공희용이 전부였다.
1992바르셀로나올림픽 여자복식 금메달리스트 정소영 성심여고 감독의 세 딸은 모두 대를 이어 라켓을 잡았다. 장녀 김혜정(가운데), 차녀 김소정(오른쪽), 막내 김유정(왼쪽) 모두 실업무대 입성에 성공했다. 김혜정과 김유정은 국가대표로도 활약하고 있다. 사진제공|정소영 성심여고 감독

1992바르셀로나올림픽 여자복식 금메달리스트 정소영 성심여고 감독의 세 딸은 모두 대를 이어 라켓을 잡았다. 장녀 김혜정(가운데), 차녀 김소정(오른쪽), 막내 김유정(왼쪽) 모두 실업무대 입성에 성공했다. 김혜정과 김유정은 국가대표로도 활약하고 있다. 사진제공|정소영 성심여고 감독


마침 김혜정은 정소영 감독의 3녀 중 장녀라 이날 결승 전후로 BWF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정소영 감독은 황 감독과 함께 1992바르셀로나올림픽 여자복식에서 금메달을 합작한 레전드다. 배드민턴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첫 대회에서 여자복식 금메달리스트에 이름을 올렸고, 2003년 BWF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BWF는 김혜정이 공희용과 금메달을 따낸 모습을 소개하면서 “레전드의 딸이 어머니의 뒤를 이었다”고 소개했다.

김혜정은 벅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처럼 (공)희용 언니와 계속 마법같은 승리를 거뒀으면 좋겠다”면서도 인터뷰를 마치기 직전 “한 마디만 더 하고 싶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는 “어머니께서 이 인터뷰를 꼭 보셨으면 좋겠다. 어머니의 뒤를 이어 34년만에 나도 큰 일을 해낼 수 있어 기쁘다”고 웃었다.

평소 정소영 감독은 장녀 김혜정을 향한 기대가 컸다. 차녀 김소정(24·전 시흥시청), 막내 김유정(22·삼성생명)도 대를 이어 라켓을 잡았지만, 김혜정을 볼 때마다 더욱 대견함과 안쓰러움을 느꼈다. 2022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김혜정이 여자단체전 금메달에 힘을 보태며 자신과 함께 한국배드민턴 역사상 첫 모녀 금메달리스트가 됐을 땐 환호했지만, 지난해 부상으로 파리올림픽 랭킹레이스에서 낙마했을 땐 함께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정소영 감독은 “그저 (김)혜정이가 즐겁게 코트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치길 바란다. (공)희용이의 공격력과 자신의 네트 플레이가 시너지를 내 원하는 바를 이루길 기대한다”고 응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